타이거 우즈,어니 엘스,최경주 등 톱랭커들이 불참했지만 필 미켈슨이 한 홀에서 11타를 쳐 화제가 된 미국PGA투어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총상금 600만달러).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끝난 이 대회에서 주목받은 선수는 스티브 로리(47ㆍ미국)와 양용은(36ㆍ테일러메이드)이다.

로리는 이 대회 71년 사상 최고령 챔피언이 됐고,양용은은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톱10'에 들었다.

◆'잃을 게 없다'는 마음가짐이 승부 갈랐다=3라운드까지 로리를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선두와 3타차의 공동 5위였던데다 공동 1위엔 '베테랑' 비제이 싱(45ㆍ피지)이 있었기 때문.최종일 13번홀까지도 로리는 싱에게 3타 뒤졌다.

세계랭킹 305위의 이름없는 선수가 5홀 남기고 랭킹 11위 선수보다 3타나 처졌으니 역전극이 펼쳐지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잘 나가던 싱이 14∼16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하고 만 것.두 선수는 결국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1위가 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은 태평양을 끼고 있는 유명한 18번홀(파5)에서 치러졌다.

랭킹으로 보나,직전 정규라운드 72번째홀 스코어(싱-버디,로리-파)로 보나,거리(싱-평균 274야드,로리-266야드)로 보나 싱이 유리해보였다.

그렇지만,경기는 예상과는 딴판으로 전개됐다.

싱의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벙커샷은 턱을 맞은 뒤 조금 나가는데 그쳤다.

홀까지는 192야드.4번아이언 세 번째 샷마저 그린옆 벙커에 들어가고 말았다.

네 번째 벙커샷을 홀옆 2.4m에 떨궈 가까스로 파를 잡았다.

그 반면 로리는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뒤 두 번째 샷을 그린앞에까지만 보내고 세 번째 웨지샷을 홀옆 2.1m 지점에 붙이는 '정석 플레이'를 펼친 끝에 버디로 마무리,승부를 갈랐다.

객관적으로 열세이던 로리는 꼭 필요한 시점에서 버디 한 방으로 2000년 서던팜뷰로클래식 이후 약 8년 만에,대회수로는 199개 대회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86년 투어데뷔 후 통산 3승째.로리는 그 3승을 모두 연장전 끝에 올리는 인연도 이어갔다.

로리는 우승 후 "연장전에 앞서 캐디한테 '나는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승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싱과 달리,마음 편하게 임한 것이 우승하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 강세 지속=양용은은 셋째날보다는 뒷걸음질쳤으나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올해 투어데뷔 후 출전한 네 번째 대회만의 첫 10위권 진입이다.

박 진(31ㆍ던롭스릭슨) 케빈 나(24ㆍ코브라골프) 위창수(36ㆍ테일러메이드) 등도 선전했다.

현재 투어 상금랭킹은 최경주가 4위,케빈 나 15위,앤서니 김 25위,양용은 43위,위창수 62위,박진 98위 등으로 한국(계) 투어프로 6명이 모두 100위 안에 드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