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서아프리카 전력공동체(WAPP)가 발주한 4억5000만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전력설비 건설 및 운영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나이지리아 엑빈(Egbin) 발전소 복구사업 수주 이후 한전의 두 번째 아프리카 사업이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이번 사업이 본격적인 아프리카 전력시장 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걸 한전 사장은 11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마코주 WAPP 의장과 발전소 건설,송.변전 시설 시공 및 운영 사업에 대한 계약 협정서에 서명했다.

한전과 WAPP가 서명한 계약에는 베냉~토고 간 약 100㎞ 구간에 건설되는 330㎸급 송전 선로와 관련 변전소 시공 및 운영 사업,베냉 마리아글레타 지역의 400㎿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및 20년간 운영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사업은 특히 전력 분야 최초로 금융-설계-기자재 조달-시공-시운전-운영을 패키지로 한 '종합 전력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융은 수출보험공사와 세계은행이 공동 보증하는 방식으로 조달된다.

한전은 2006년 수립된 WAPP의 전력망 장기 계획에 따른 사업 규모가 총 46억달러에 달한다며 이번 사업은 방대한 전체 사업의 시작에 불과해 한전의 기술력을 인정받을 경우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전은 기자재 업체 등 국내 기업들과 동반 진출해 국내 기업들이 WAPP 사업의 주요 기자재 공급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업 수주에는 개발도상국에 무상 원조를 제공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도움이 컸다.

한전은 KOICA 자금으로 WAPP의 전력거래센터 구축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용역 사업을 지원한 것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과 인도를 따돌리고 사업을 수주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며 성공적인 개발원조사업 모델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WAPP는 가나 세네갈 베냉 나이지리아 등 서부아프리카 지역 14개국의 전력망을 연계한 협조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5개 전력풀(pool) 중 하나다.

한전은 작년 7월 서부아프리카 지역 최대 발전소인 나이지리아 엑빈발전소의 보일러 복구 및 발전소 정상화 사업을 2500만달러(약 230억원)에 수주하면서 아프리카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