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올해부터 외국인 투자를 양보다는 질 위주로 선별해서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통신은 판 흐우 탱 베트남 기획투자부 외국인투자국장이 10일 베트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외국인투자 유치 목표는 액수가 아니라 투자의 내용"이라고 밝히고 "국가와 지방에 대한 기여도 등이 투자 유치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탱 국장은 "정책 변화에 따라 올해 외국인 투자 규모는 지난해의 203억달러보다 26% 줄어든 15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의 외자유치 정책 변화는 중국이 외자 숭배에서 질 좋은 외자 유치로 돌아선 데 따른 사업환경 악화로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등지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다.

보 훙 푹 기획투자부 장관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거나 경제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지 못하는 외자는 사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베트남 통신은 현대 비나신 조선소를 심각한 환경오염 사례로 거론했다.

푹 장관은 환영하는 외자 프로젝트로 첨단 기술 이전과 인프라 관련 투자,교육 훈련과 보건 관련 투자,호텔과 주거단지 개발 투자 등을 꼽았다.

베트남은 지방 정부의 맹목적인 외자 유치 승인에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최근 다낭과 붕따우 등에서 이미 승인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 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중복 투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한 게 대표적 사례다.

베트남의 외자유치 정책 변화는 중국을 닮았다.

다른 건 중국은 개방한 지 30여 년,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5년여가 지난 뒤 외자를 골라 받기 시작한 반면 베트남은 개방 20년,WTO 가입 1년 만에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외자정책 변화는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연평균 9%가 넘는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인 외자 유치와 난개발에 따른 환경 문제 및 자원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지 진출 외국 기업에 떨어질 불똥이다.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베트남에 투자한 외자 가운데 한국 자본이 1위를 차지해 베트남 외자정책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베트남에선 물가 급등으로 지난해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며 이는 파업과 같은 단체 행동으로 이어져 현지 진출 국내 기업들의 사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