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2월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11일 국회 통외통위 상정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됐지만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속사정도 만만치 않아서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표를 의식해 적극적인 처리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신당과 한나라당은 지난해 민노당의 회의장 진입 등 실력저지 속에 비정규직 관련법 등 각종 현안을 처리한 바 있다.

신당과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모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가 "3월 중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도 "늦어도 3월까지 FTA 비준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한다"며 입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먼저 4월 총선을 앞두고 농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반발이 강하다.

통외통위에서도 신당에서는 김원기(전북 정읍) 이강래(전북 남원.순창) 의원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고 비준안 조속 처리가 당론인 한나라당에서도 박희태(경남 남해.하동) 김용갑(경남 밀양.창녕) 의원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이 많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신당은 김효석 원내대표(전남 담양.곡성.장성)가 지난해 여러 차례 한·미 FTA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11일 민노당 의원들의 위원장실 점거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호권 발동을 통해 동의안을 상정할 것을 주장했으나 신당 의원들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의원들의 잇단 탈당 등으로 인해 손학규 대표의 지도체제가 충분히 안정되지 못했다는 점도 신당이 동의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당 보수화에 대한 정동영계와 일부 386 의원들의 반발기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동의안 처리문제가 노선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당초 한·미 FTA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던 손 대표가 이날 "당의 입장이 국가이익을 기준으로 모아져 가기를 기대한다"며 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일단 이날 상임위 상정 무산으로 동의안의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는 더 어려워졌다.

13일 통외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상정되더라도 26일 본회의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안이 민감한 데다 의원들 간의 입장차가 커 통외통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법사위,본회의 등 동의안 처리 단계마다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동의안은 빨라야 8월에 가서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등에서는 3월에 임시국회를 열고 동의안을 심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당장 3월24일부터 총선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해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농촌 출신 의원들의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총선이 치러지는 4월9일 이후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의원들의 당락이 결정된 상황에서 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30일부터 시작돼 상임위 배정 등의 절차로 6월 임시국회도 열리기 힘든 점과 동의안 상정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회 논의는 빨라야 8월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경목 기자/이수일 인턴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