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1일부터 4.9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자 1173명을 대상으로 공천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공천 경쟁률이 당 역사상 최고인 4.8대 1에 달하는 만큼 심사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개혁공천 여부다.

개혁공천은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지역구의 물갈이 폭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이 공천심사 기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11일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개혁공천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발제에 나선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계파 갈등을 적당히 봉합해 적당한 사람으로 얼굴만 바꾸면 총선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대선 관성'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강재섭 대표가 조속히 회동해 계파 의원이 탈락하더라도 이를 예외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도덕성 지수,의정활동 매니페스토 지수,당 기여도 및 사회활동 지수 등 과학적 잣대를 적용하는 공정공천이 되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경교 한국외대 교수도 당선 가능성만 고려한 공천과 논공행상에 기초한 공천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단 정종복 공천심사위원회 실무간사는 지난 9일 "참신하고 유능한 외부 인사를 많이 영입해 개혁공천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강 대표가 대승적으로 공심위의 개혁공천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친 이계와 친 박계간 또 다른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공천신청을 마감한 결과 친 이계보다 지역구 경쟁률이 높은 탓인지 친 박계 의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예컨대 이 당선인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정두언 의원 등이 신청한 지역구는 경쟁상대가 없어 무혈 본선진출이 가능하다.

반면 박 전 대표측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과 핵심측근인 유승민 이혜훈 김재원 의원 등이 신청한 지역구의 경쟁률은 대부분 전체 경쟁률보다 높다.

경북지역의 한 친 박계 의원은 "예전에는 지역에서 내가 유일한 정치인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당선인 특보라는 사람들이 완장을 차고 나타나니까 최근에는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착잡함을 전했다.

김홍열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