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11일 오전 최기영 대목장(大木匠) 등 전문가와 문화재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숭례문 복구를 위한 기본방침을 정했다.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 2006년 작성한 182장의 숭례문 정밀 실측도면을 토대로 원형을 복원하되 기존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하며,일제 때 변형된 좌우측 성벽도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내용이다.

복원에는 최소한 2~3년이 걸리고 20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불에 탄 숭례문 현장에 대한 정밀조사를 거쳐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이를 위해 문화재위원과 소방 전문가 등으로 복원자문위원회를 구성,기존 부재의 재사용 범위를 결정키로 했다.

이날 현장을 살펴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석축은 조금만 수리하면 살릴 수 있고,누각 1층 기둥과 공포층의 상당 부분도 재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축대와 누각 등에 대한 정밀 구조안전 진단을 거쳐 구체적인 복원 계획을 수립,문화재위원회에서 이를 확정하면 복원공사가 시작된다.

복원공사는 불에 탄 목조 누각의 잔해 철거와 해체,구조물 축조와 기와 얹기,단청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숭례문 복원은 2006년 제작한 실측도면을 기본으로 하되 1960년대에 발간된 수리보고서를 참고하면서 진행된다.

복구예산은 200억원가량,복원기간은 2~3년이 걸릴 것으로 문화재청은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홍예문 위쪽의 석재를 비롯한 석축 구조물까지 대거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면 복구예산과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기둥으로 사용할 대형 소나무를 확보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기능보유자인 최기영 대목장은 "순수 우리 소나무 자재 등을 구하는 과정 등이 필요해 3년가량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봉렬 교수는 "성급한 복원은 기술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벌목 후 2~3년은 야적(野積) 상태로 건조해야 하기 때문에 2~4년은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형을 잃은 숭례문을 다시 짓는 일은 '복원'이 아니라 실제로는 '재현'이란 점에서 국보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물 163호였던 쌍봉사 대웅전과 보물 479호였던 낙산사 동종은 각각 1984년과 2005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복원됐지만 이후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숭례문 또한 복원 후 국보 지위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봉렬 교수는 "숭례문의 형태적 복원은 가능하지만 거기에 담긴 정신과 역사성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건된 숭례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축의 문화재적 가치는 충분하지만 중건된 목조건축물에 대해서는 당분간 가치평가가 유보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