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말년에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세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을 짜놓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돌연 과학기술부가 세 갈래(교육과학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로 해체될 운명에 놓였습니다.

못난 자식에게 애정이 더 가는 법이라고 해체된다니 애정이 더 갑니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11일 퇴임을 앞둔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설연휴 내내 나를 비롯한 과기부 공무원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라며 마지막 과기부 수장으로서 과기부 폐지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놨다.

김 부총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초기만 해도 과기부에 다른 부처의 기능이 얹혀지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누군가의 영향으로 이렇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40년 전통의 과기부는 과학기술 향상과 대중화를 통한 경제 발전을 견인해왔고 3년째를 맞는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도 왜 해체했을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도쿄대 총장을 지낸 아리마 아키토 전 일본 문부과학상을 예로 들며 "한 장관이 일본의 교육과 과학기술 두 분야를 맡다 보니 교육에만 신경쓴 나머지 과학기술 진흥은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과기부 폐지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 "새 정부의 초대 과학교육부 장관은 과학기술계 인사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오는 14일이면 부총리 취임 2주년을 맞는 그는 이날 아침 확대간부회의에서 "역사(정권)의 변화에 따른 과기부 폐지는 어쩔 수 없는 대세인 만큼 현실에 적응해 제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라"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퇴임 후 자신이 2005년 설립한 연세대 창의공학연구센터로 돌아가 여생을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