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미국 정보통신 기업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을 꼽을 것이다.

이 두 기업이 세계 정보통신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필자는 스프린트넥스텔을 먼저 꼽고 싶다.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MS나 구글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스프린트넥스텔은 삼성전자 SK텔레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스프린트넥스텔이 모바일 와이맥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삼성은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주도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스프린트의 네트워크를 빌려 미국에서 '힐리오'란 브랜드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유난히 친한 스프린트넥스텔이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18일 단 하루에 25%나 곤두박질했다.

지난해 4분기에 가입자가 88만5000명이나 이탈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곧 이어 4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310억달러나 되는 부실을 상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프린트넥스텔은 2005년 스프린트가 넥스텔을 인수해 합병한 회사다.

이 회사가 말썽꾸러기가 된 것은 350억달러나 들여 인수.합병했는데도 아무런 시너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넥스텔의 PTT(무전기) 가입자를 스프린트 이동통신 가입자로 끌어와야 하는데 대부분 약정기간이 끝나면 이탈하고 있다.

가입자 이탈로 실적이 악화함에 따라 합병 당시 700억달러에 달했던 스프린트넥스텔의 시가총액은 240억달러로 줄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개리 포시 최고경영자(CEO)가 옷을 벗고 나갔다.

이 무렵 50억달러를 들여 모바일 와이맥스 전국망을 구축하려던 계획이 갑자기 보류됐다.

함께 투자하기로 했던 클리어와이어라는 회사가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자빠졌던 것.

가입자는 계속 줄고,실적은 악화하고,새로운 서비스로 단숨에 뒤집으려던 계획은 보류되고….스프린트넥스텔의 앞날은 깜깜하게만 보였다.

개리 포시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댄 헤세 CEO는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최근 스프린트넥스텔이 클리어와이어와 와이맥스 합작회사를 설립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합작회사에는 인텔,구글,베스트바이도 투자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일부 언론은 스프린트넥스텔과 클리어와이어가 이번 주 중 합작회사 설립에 관해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두 회사 측에서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합작회사 설립은 한국 업체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프린트넥스텔은 과연 합작회사 설립을 계기로 벼랑 끝에서 벗어날까.

김광현IT부장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