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소설가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새로운 작품 발표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지난해 인기작가 박범신씨의 산악소설 '촐라체'에 이어 이달 말부터 소설가 황석영씨의 새 장편소설을 연재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황석영씨가 연재할 작품은 자신의 청년 시절 경험을 토대로 한 신작 소설 '개밥바라기 별'. '개밥바라기 별'이란 금성을 뜻하는 말로 식구들이 저녁 밥을 다 먹은 다음 개나 나그네에게 밥을 챙겨줄 때쯤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박범신씨의 네이버 소설 블로그를 찾은 누적 방문객 수가 100만을 넘은 것을 보고 인터넷 연재를 결정하게 됐다.

이처럼 작가들의 인터넷 연재가 활발해진 것은 소설가와 포털사이트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독자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인터넷을 독자들과 만나는 새로운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전에도 작가들의 자발적인 '블로그 글쓰기'는 있었지만 박씨가 네이버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정식으로 소설을 연재하면서 눈에 띄는 위치에 홍보배너가 설치되는 등 대규모 광고 효과도 함께 누렸다.

독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도 인터넷 연재의 매력이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소설쓰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양으로만 승부해오던 네이버의 입장에서도 본격 문학을 끌어오면서 포털 사이트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네이버의 노수진 홍보팀 과장은 "보통 가볍고 트렌디한 콘텐츠가 대세를 이루는 인터넷 공간에 정통 소설을 연재함으로써 인터넷 이용자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본격 소설이 인터넷 공간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학평론가인 서영채 한신대 교수는 "과거 장편소설의 산실은 신문,월간지,계간지 등 종이 매체였는데,박범신씨에 이어 황석영씨가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한다는 것은 이런 오프라인의 역할을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