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밸류10년펀드' 은행株 비중 높이고 통신株 줄여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펀드로 최소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표방하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밸류10년펀드'가 출시 2년을 앞두고 최근 급락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대폭 개편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과거 가치주로 분류됐던 종목 중 상당수에 대해 이익 실현한 반면 저평가됐다고 판단된 종목을 대거 신규 편입했다.

특히 은행주 비중을 높인 게 눈에 띈다.

◆은행주 PBR 1배 미만

12일 밸류자산운용의 '밸류10년펀드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최근 3개월간 급락장에서 기업은행을 포트폴리오에 새로 편입하는 등 은행주 비중을 높였다.

기업은행을 104만주(총 주식 수의 0.25%) 장내 매입했으며 하나금융에 대한 편입 비중도 총 운용자산의 3.70%로 늘렸다.보험주로는 코리안리,증권주로는 한국금융지주 우선주 비중을 확대했다.

배준범 자산운용부장은 "은행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3~1.4배로 낮은 편이었는데 최근 미국 신용위기 이후 주가가 덩달아 하락해 지금은 1배 미만으로 청산가치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밸류운용은 또 펀드 내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자된 한국전력에 대해서도 최근 주가 하락을 계기로 오히려 비중을 늘렸다.

이채원 밸류운용 전무는 "한전은 최근 정부의 요금 규제와 이에 따른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정부가 언제까지 요금을 묶어둘 수는 없다"며 "PBR가 현 주가 기준 0.6~0.7배까지 낮아져 대형주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통신주 비중은 줄였다.밸류10년펀드는 통신주 가운데 KTSK텔레콤의 경우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투자를 확대했으나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올라 비중을 일부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KT의 경우 펀드 내 편입 비중이 종전 4.41%에서 3.98%로 줄었다.

현대차 6만원대 초반부터 매수

이 펀드는 현대차도 신규 투자 리스트에 올렸다.

배 부장은 "자동차 업황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현대차의 경우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도는 수준까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보고 6만원대 초반부터 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최근 잇단 신차 출시 이후 마진율이 높아졌고 △유로화 강세로 유럽쪽 수출마진이 좋아지고 있으며 △실적도 작년 2,3분기를 바닥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이 밖에 고려아연 대한방직 우주일렉트로 피에스케이 삼진제약 에스디 동양고속 대웅 대교 동국제약 안철수연구소 등 20개 종목을 신규 편입했다.

반면 대형 가치주로 분류했던 SK KT&G 삼성카드 유한양행 등은 보유 주식을 전량 정리했다.

배 부장은 "대부분 매입 당시에 비해 주가가 크게 올랐고 최근 하락장에서 이들 주식보다 싼 종목들이 발견돼 이익 실현을 통한 교체매매 차원에서 팔았다"고 설명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