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과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평가지수가 3개월 연속 떨어지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1분기 소비자태도지수도 5분기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6개월 뒤 경기와 생활형편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아 소비 침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 상황 어렵다" 이구동성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1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는 82.7로 전달(85.1)보다 더 떨어졌다.지난해 10월(92.5)을 정점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소비자평가지수는 전 소득계층에서 하락했으며,연령대별로는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지수가 떨어졌다.

지표상으로 고용사정이나 가계 소득이 별로 나빠지지 않았는데도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과 고(高)유가로 인한 물가 급등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이 컸다.1년 전과 비교한 현재의 수입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가계수입 평가지수는 97.1을 기록,지난해 6월(97.7)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주식 및 채권 가격의 등락과 같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자산 가치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나타내는 자산평가지수는 금융.저축(100.2→99.5) 주식 및 채권(94.3→78.3) 등의 분야에서 모두 전월보다 큰 폭 하락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1분기 소비자태도지수 역시 51.1로 전 분기에 비해 2.3포인트 하락했다.주식시장의 급등락과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 등으로 향후 국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내구재구입 태도지수가 2.3포인트 하락한 49.7을 기록한 것이나 주택구입태도지수(44.1)가 4분기 만에 하락세로 반전한 것은 소비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물가예상지수도 78.1로 전 분기보다 무려 8.0포인트 상승해 물가불안심리가 고조됐음을 나타냈다.


◆"하반기엔 나아질 것" 기대도

한편 6개월 뒤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전월(104.0)보다 1.9포인트 오른 105.9를 기록,10개월째 기준치(100)를 넘었다.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연초 효과 등을 반영,2002년 9월(106.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득계층별로는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계층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서 모두 상승했고,특히 100만원 미만 소득계층은 2002년 8월(103.5)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100)를 넘어섰다.6개월 뒤 그러니까 3분기쯤 되면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물가도 안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민간소비 위축되나

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 물가는 오르고 증시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는 시각이 쉽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금융 자산이 쪼그라들었다는 평가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역(逆)자산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통계청 조사에서 400만원 이상 소득계층에서만 유일하게 소비자기대지수가 하락(110.0→109.5)하는 등 고소득.자산 보유 계층에서마저 씀씀이를 줄이려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인으로 '기름값 등 물가(55.2%)'를 꼽은 것도 소비 위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황영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득이 일정하더라도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돼 물가 상승이 예상되면 미리부터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수출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민간 소비까지 당초 예상(전년 대비 4.5% 증가)보다 둔화되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