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바로 전날이던 지난 5일에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실적이 나온 뒤 연휴를 마친 후 증권사에서 삼성중공업의 실적 관련 보고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61.8% 늘어난 4572억원, 매출액은 전년대비 34.1% 늘어난 8조5191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15% 증가한 4854억원, 영업이익률은 5.9%를 기록했다.

실적 자체에 대한 평가는 무난했다는 의견이 많다. 향후 실적 전망도 좋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말 발생한 태안 원유유출 사고의 ‘원죄’를 지닌 종목답게 실적 이외의 부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방향으로 나뉘는 모습이었다. ‘애증’이 교차하는 모습이랄까.

지난 11일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은 “4분기에 1회성 광고비를 제외하면 무난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뒤, “현 주가가 펀더멘털 외적인 이유(원유 유출사고 등)로 과도하게 저평가된 국면”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애증(愛憎)’ 가운데 ‘애(愛)’에 해당하는 시각이다.

12일 보고서를 낸 동양종금증권도 자산가치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5만4000원으로 낮췄지만, 보고서의 분위기는 ‘애(愛)’쪽에 가까웠다.

“4분기 실적에 반영된 광고비 등 부정적 요인들은 향후 영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실적전망면에서도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비싼 선박을 수주한 것이 반영될 예정이고, 해양사업부문 성장, 2009년 신규도크 증설에 따른 건조물량 증대 등으로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교보증권에서는 ‘증(憎)’까지는 아니었지만 우려감이 짙은 보고서를 냈다.

실적 호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은 다른 증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서해 원유유출사고의 중과실 여부 판단이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교보증권 임채구 애널리스트는 “검찰이 삼성중공업에 업무상 과실만 인정하고 중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법원에 넘겼다”며 “향후 전개될 민사소송 재판 결과와 삼성중공업 측의 도의적 책임 공방이 여전히 잠재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물량 건조확대에 따른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서해원유 유출사고 관련 중과실 여부 판단과 삼성자동차관련 분식회계규명 등 잠재리스크 해소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4만5000원으로 낮췄다.

투자자들은 어떤 시선으로 삼성중공업을 보고 있을까. 12일 오전 10시 12분 현재의 시선은 ‘애(愛)’인 모양이다.

이 시각 현재 삼성중공업은 전일대비 3.82%(1100원) 오른 2만9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15일 종가 3만500원 이후 줄곧 2만원대에 머물러 있다가 주가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투자자들이 싼 맛에 사고 있는 건지, 실적으로 봐서 용서를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