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오고 있다.

설연휴 직후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도 이제 봄기운에 자리를 내줄 채비 중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금융시장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에 짓눌려 주식시장은 하락세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긴축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금리와 환율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국고채 3년물 등 시중금리는 연초 6%대로 치솟았다가 최근엔 5%대로 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시중금리가 떨어지자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한때 연 7% 가까운 금리가 내걸렸던 은행 창구에선 이제 연 6%대 상품도 찾기가 만만치 않다.

환율이 춤을 추면서 기러기아빠도 언제 돈을 바꿔 송금해야 할지 도대체 감을 잡기가 어렵다.



독일의 대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법철학'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 오른다"고 갈파했다.이성적인 철학이나 진리에 대한 인식은 사태가 종료된 후 명확해진다는 뜻이다.이 경구는 현재의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불안 양상이 언제 마감될지는 현재 상황이 끝나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미래에 대비해 투자의 원칙을 정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해야만 한다.투자 원칙과 관련,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렌 버핏은 두 가지를 제시했다.첫째는 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고,둘째는 첫재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버핏의 말대로 원금을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적금에 가입하는 것이다.은행 예금 금리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잘만 찾아보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누릴 수 있는 상품들이 적잖이 있다.하나은행이 내놓은 '여우예금'은 최고금리가 연6.4%에 이른다.기본금리가 연 5.5%이며 각종 우대금리가 최고 0.9%포인트다.

하나은행측은 "하나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는 고객이라면 상당한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어 연 6%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우리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도 최고금리 기준으로 연 6%대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새내기 직장인들이나 신혼부부들은 정기적금 상품에 일단 관심을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적금은 재테크의 시작인데다 최근 은행들이 금리를 높여 연 5%대 상품을 꽤 내놓았다.청약통장에 미리 가입해두면 나중 집마련 때 남들보다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또 잔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연 3∼5%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고금리 월급통장(스윙계좌)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다.연말 정산을 위해선 가급적 결제를 신용카드로 하거나 현금영수증을 챙겨두는 지혜가 필요하다.대출을 받은 고객이라면 애써 서둘러 갚을 필요가 없어보인다.금리가 많이 떨어진 데다 추가 하락의 여지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자금시장 참가자들은 3월이나 4월께 금융통화위원회가 0.25%포인트가량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빌린 돈이 많으면 생활에 압박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정수준으로 맞추는 노력은 항상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펀드 투자자들은 긴 호홉이 필요하다.'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널리 알려진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밀 가격이 떨어질 때 밀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밀 가격이 오를 때에도 밀이 없다"는 격언을 남겼다.

주식이나 펀드 역시 상승을 기대하려면 하락을 견뎌내야 한다.심형구 국민은행 부행장도 "펀드는 장기분산 투자시 손실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에 가입한 펀드의 유지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상반기 중엔 증시가 불안한 양상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엔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