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이 높은 신생 기업 지분을 싼값에 일찌감치 확보한 뒤 IPO(기업공개)나 매각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벤처캐피털들이 '청정 에너지' 분야로 대거 몰리고 있다.과거 이들이 선호했던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태양광발전에 대해선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벤처캐피털협회의 자료를 인용,지난해 1∼9월 벤처캐피털들이 태양광발전 바이오연료 등 청정 기술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이 26억달러로 2006년 한 해 투자액 18억달러를 크게 앞질렀다고 12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벤처캐피털들이 "청정 에너지 분야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며 달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가 본격화된 지 몇 년밖에 안돼 승자와 패자가 확연하게 갈리진 않았지만 성공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전력 수요량에 따라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신기술 기업들이 대표적이다.보스턴에 있는 에너녹은 이 기술로 자사에 투자한 파운데이션 캐피털,브래머 에너지 벤처 등과 같은 벤처캐피털들에 투자금액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줬다.

에너녹은 기업 병원 슈퍼마켓 등 전기를 많이 쓰는 곳들을 첨단 네트워크로 묶어 이들의 전기 소비량이 공급량을 넘어설 조짐이 보이면 자동으로 주차장 전등 같은 우선순위가 뒤지는 곳부터 전기 공급을 차단한다.이 덕분에 전력회사들은 연중 특정 시기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거액을 들여 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다.전력 수요처들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태양광발전은 벤처캐피털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분야다.피닉스의 태양광 기업 퍼스트 솔라는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거래된 중소형주 가운데 최고 실적 종목 중 하나로 꼽혔다.연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895%.주가가 올들어 고개를 숙였지만 작년 투자자들은 큰돈을 벌었다.새너제이 소재 기업 선파워도 지난해 고유가와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 덕분에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엔 태양광발전에 쓰이는 패널을 값이 크게 뛴 실리콘이 아닌 새로운 소재로 만드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실리콘밸리에 있는 마이아솔과 나노솔라,텍사스의 헬리오볼트 등이 잇따라 1억달러가 넘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선파워에 투자한 크로스링크 캐피털의 파트너인 앨런 해러스는 "태양광 투자가 열광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태양광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많은데도 태양광이라면 우선 투자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에 투자된 금액만 10억달러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고 거품을 경고했다.

FT는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청정 에너지 분야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유럽의 대학과 연구소들을 뒤지고 다닌다며 이로 인해 이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높았던 유럽이 미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