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중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1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현상은 세계적인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왔고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그러나 장기간 지속되었던 저금리 정책이 마무리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전환되자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재돼 있던 여러 문제점들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세계경제 우려를 촉발시키는 데 방아쇠 역할을 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그 단적인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1월에만 정책금리를 1.25%포인트 인하하는 등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국내 금융시장의 경우에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향후 전망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금리 추가 하락

작년 말 급등세를 보였던 국내 시중금리는 최근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그러나 작년 4분기 국내 실질 GDP 성장률이 5.5%를 기록하는 등 지표상으로는 확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물가수준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특히 2006년 이후 국내 경기상황과 물가 및 통화정책 사이클이 미국보다는 유로존과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동결 명분을 제공해주고 있다.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사이클은 ECB와 동조화되면서 신중한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면 미국의 정책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내외금리차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미국 경기침체의 국내 영향 가능성 및 주식시장 부진 지속 등은 정책금리 인하 및 시중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대내외 정책금리차 확대에 따른 재정거래 수요 증가 및 정책금리 인하 기대 확산에 따른 외국인들의 채권 현선물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점도 향후 국내 시중금리의 추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 당분간 지속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충격 이후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950원을 넘어섰다.하지만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공세적인 대응에 힘입어 시장 심리가 안정되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900원 선을 하회하기도 했다.그러다 연말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이 다소 고조되고 달러화 유동성 부족 문제가 부각돼 재차 950원 선을 넘어서면서 혼전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국내 경기회복세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글로벌 금융불안이 고조되면서 지난 수년간 지속돼온 원.달러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원.달러 환율의 표류 장세는 서브프라임 충격이 지속되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되고 글로벌 달러화 약세 추세가 재개된다면 환율 900원 선에 대한 재시험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상반기까지 증시 회복 어려워

지난해 저금리와 부동산시장 부진 등으로 펀드가 대중화하는 등 주식시장으로 풍부한 유동자금이 집중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대를 넘어서기도 했다.그러나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주도세력 중 하나인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고 글로벌 엔진인 미국 경제의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세에도 불안감이 드리워지고 있다.외국인들의 순매도는 올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이런 상황에서 악화된 투자심리가 회복될 기미는 아직 밝지 않은 편이다.

물론 국내 경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또 신정부 출범으로 직간접적인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된다.대외적으로도 신흥시장의 성장잠재력은 아직 구조적으로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지난해 급성장한 펀드시장 유지를 위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산업적 지지 의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