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서 파는 만두 재료는 모두 국산입니다."(남대문시장 내 A음식점 점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는 있나요?"(기자) "그런 건 따로 없죠.납품업체가 국산을 공급한다는데 굳이 원산지 표시를 할 필요가 있습니까."(점주)

12일 서울 남대문시장 내 먹자골목.도로 100m를 사이로 20여곳의 일반 음식점과 포장마차 등 노점 분식점들이 몰려 있지만 식품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갖춘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최근 일본에서 '메타미드호스'라는 유기인계 농약 성분이 함유된 중국산 냉동만두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전체 수입 식품 중 33%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한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위생 검사를 하고 있지만 모든 중국산 제품들을 전수조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국내 재래시장의 음식점들은 값싼 중국산들을 대거 취급하고 있지만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위생관리도 엉망이다.

남대문시장 내 B분식점 점주는 "중국에서 제조된 냉동만두를 들여와 팔고 있는데 유통기한 표시가 안 된 것이 수두룩하다"며 "서울시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위생검사를 하러 나오지만 보건증 검사와 위생복 착용 등 수박 겉핥기식 검사만 이뤄질 뿐"이라고 말했다.


◆국적불명 먹을거리 판친다

중국산 식품을 대거 유통하고 있는 유명 재래시장 내 음식점들은 대부분 식품 원산지가 제대로 표기돼 있지 않고,동일 품목이라도 매장에 따라 유통기한이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동대문시장 내 3곳의 음식점과 5곳의 분식점에 만두와 어묵 등을 납품하고 있는 한 식품 중간도매업자는 "중국산 만두를 일반 식당에 납품할 때 국산 만두 제품과 달리 운송 과정 중 성분 표시 라벨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중국산임을 주지시킨 뒤 건네준다"며 "지하상가나 포장마차 등 노점 분식점의 위생 단속은 작년에 단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중국산을 국산이라 속여 팔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만두를 포함한 중국산 농수산물과 가공식품 등의 국내 총 수입물량은 △2006년 592만3000t △2007년 855만9000t으로 매년 많은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수입물량 증가와 함께 유통 부적합 판정을 받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05년 위생검사를 받은 총 6만7505개의 중국산 수입식품 중 527개,2006년 총 7만6985개 중 351개 품목이 각각 폐기.반송 처리됐다.

◆뚜렷한 단속법 없어

위생관리를 책임져야 할 관계 기관들은 이를 규제할 법률이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다.서울시 위생과의 한 관계자는 "현재 영업면적 300㎡(90평) 이상의 구이용 쇠고기 음식점에 한해 한우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을 뿐 규모가 작은 분식점에서 팔고 있는 만두와 꼬치 등의 음식에 대한 원산지 표시 법률은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식약청은 지난 5일 중국산 만두를 수입하는 20개사의 제품을 검사한 결과 농약 성분만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뒤 다른 위해 성분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장성호 기자/이승우.김은성 인턴기자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