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혁(23)이 클래식 스타로 성공한 것은 단지 연주의 테크닉과 귀여운 외모 덕분만이 아니다.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편파 판정에 불복해 수상을 거부하기도 하고, 빡빡한 일정을 쪼개 '성숙을 위한 휴식기'를 갖는 등 어린 나이에도 음악가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팬카페 회원 수가 4만명에 이를 정도로 클래식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화려한 기교와 풍부한 감성으로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논리적인 음악의 최고봉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도전한다. 이번 독주회는 국내에서 2년 만에 여는 것으로 14일부터 3월7일까지 부산,전주,대구,대전,울산,서울 등 전국 11개 도시 투어로 진행된다.

그는 바흐의 음악을 두고 "어려운 스도쿠(수학 퍼즐 게임) 문제를 봤을 때 꼭 풀고 싶다고 느끼는 감정과 같다"고 말한다. 바흐의 곡들은 귀에 익숙한 음들로 이뤄진 쇼팽의 음악과 달리 음 하나 하나가 모두 논리적인 연결 고리에 들어있어 악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가 바흐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해 여름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우연히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듣고 나서였다. "거장의 음반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굴드의 음반은 그렇게 어렵다는 바흐 음악의 명성이 무색할 만큼 매끄럽고 완벽했어요."

쉴새없이 소모돼 왔다는 피로감에 지쳐있던 그에게 바흐는 연주자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줬다. 욕심만큼 연습도 치열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밥 먹을 때도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잠깐의 틈만 나면 피아노 앞에 앉아 곡을 연습했다.

그는 "다음에는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3만~8만원. 1577-5266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