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의욕적으로 진출한 신탁업무가 지지부진하다.이는 설계사들의 신탁 상품 판매 권유가 금지돼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험업계는 금융감독 당국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이 작년 10월 보험업계 처음으로 신탁업에 진출한 데 이어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도 작년 12월 신탁업 인가를 취득,올초부터 신탁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대한생명 흥국생명은 신탁업 인가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신탁이란 고객이 운용 방법을 지정해 자산을 맡기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ㆍ관리해 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맡기는 자산의 종류에 따라 돈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돈 이외의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불린다.

은행 증권에 이어 보험권에도 신탁업이 허가됐지만 판매 실적은 극히 부진하다.지난 1월 한 달간 삼성생명의 신탁 상품 판매 규모는 42억원에 불과했으며 교보생명도 10억원대에 그쳤다.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미래에셋생명의 4개월간 실적도 56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수익증권은 설계사들이 판매를 권유할 수 있지만 신탁 상품은 설계사들의 판매 권유가 금지돼 있다"며 "지점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실적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보험 설계사들이 펀드와 달리 신탁 상품에 대해 판매 권유를 할 수 없는 것은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 신탁업 인가를 내주면서 '신탁업무의 취급은 회사의 임.직원에 한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보험사들은 신탁업무 방법서에 이를 명시했으며 결과적으로 설계사들의 신탁업무 취급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신탁 상품보다 구조가 더 복잡한 펀드를 판매 권유할 수 있는데도 신탁 상품의 판매 권유를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과거 신탁을 취급했던 은행.증권사는 설계사 판매 채널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보험사의 경우 설계사가 주된 판매 채널인 만큼 이를 고려해 관련 규정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생명보험협회 차원에서 논의를 거쳐 금융 당국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