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앞둔 채권시장] (上) 외국인 몰려온다 ‥ 中 인민은행도 국내 채권 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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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ㆍ환율차익 노린 단기 재정거래 급증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보이는 사이 채권시장이 부상하고 있다.'주식 지면 채권 뜬다'는 오랜 증시 격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주식과 펀드에 비해 채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채권시장 활성화를 통한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방안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외국인들이 작년 말부터 국내 채권시장에서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을 틈타 집중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 비중은 작년 초만 해도 0.59%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 11일 현재 4.93%로 높아졌다.
채권업계는 이들의 적극적인 매수를 환영하면서도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1년 후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주식은 물론 채권을 기초로 한 다양한 상품 개발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전문가들도 이제 채권시장의 제도 개선과 수요 기반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자본시장이 선순환을 이어가면서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에도 4조원 이상 매수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매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금리(싼 채권값)를 노리고 공격적인 매집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이 지난 한 해 순매수한 금액은 31조7011억원으로 2006년(6조4944억원)의 5배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8월 4조447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뒤 10월 한때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4조원이 넘는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1월만 하더라도 외국인은 4조80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과거처럼 채권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과 원ㆍ달러 환율 하락(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평가절상)을 노린 단기적 재정거래뿐 아니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하는 투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이 사들인 채권 중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 등 장기물 비중도 16%에 달했다.
현대증권 김형권 채권팀장은 "원래 장기채권은 상품 운용 주기가 맞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이 꾸준히 사들여 수급이 안정적이었는데 최근엔 중국 인민은행 등 국고펀드마저 나서며 이상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생력 강화 방안 필요
채권업계는 최근 이 같은 활황세를 반기면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정체를 몰라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본)일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같은 충격으로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국내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젠 채권시장도 주식시장처럼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과거엔 국내 채권시장이 기관투자가 위주로 성장해 이들의 매기가 없으면 고사하는 분위기였다"며 "외국인은 물론 개인들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장외에서 거래된 전체 채권 거래대금 2359조5381억원 중 50억원 미만 소매로 개인들에게 팔린 채권 규모는 4.2%인 99조1964억원이었다.
증협 성인모 채권부장은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다양한 신종 채권과 파생상품이 나와 채권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특히 "최근처럼 금융시장이 성숙되고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 일반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제도적인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채권시장 활성화를 통한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방안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외국인들이 작년 말부터 국내 채권시장에서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을 틈타 집중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 비중은 작년 초만 해도 0.59%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 11일 현재 4.93%로 높아졌다.
채권업계는 이들의 적극적인 매수를 환영하면서도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1년 후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주식은 물론 채권을 기초로 한 다양한 상품 개발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전문가들도 이제 채권시장의 제도 개선과 수요 기반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자본시장이 선순환을 이어가면서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에도 4조원 이상 매수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매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금리(싼 채권값)를 노리고 공격적인 매집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이 지난 한 해 순매수한 금액은 31조7011억원으로 2006년(6조4944억원)의 5배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8월 4조447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뒤 10월 한때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4조원이 넘는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1월만 하더라도 외국인은 4조80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과거처럼 채권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과 원ㆍ달러 환율 하락(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평가절상)을 노린 단기적 재정거래뿐 아니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하는 투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이 사들인 채권 중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 등 장기물 비중도 16%에 달했다.
현대증권 김형권 채권팀장은 "원래 장기채권은 상품 운용 주기가 맞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이 꾸준히 사들여 수급이 안정적이었는데 최근엔 중국 인민은행 등 국고펀드마저 나서며 이상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생력 강화 방안 필요
채권업계는 최근 이 같은 활황세를 반기면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정체를 몰라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본)일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같은 충격으로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국내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젠 채권시장도 주식시장처럼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과거엔 국내 채권시장이 기관투자가 위주로 성장해 이들의 매기가 없으면 고사하는 분위기였다"며 "외국인은 물론 개인들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장외에서 거래된 전체 채권 거래대금 2359조5381억원 중 50억원 미만 소매로 개인들에게 팔린 채권 규모는 4.2%인 99조1964억원이었다.
증협 성인모 채권부장은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다양한 신종 채권과 파생상품이 나와 채권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특히 "최근처럼 금융시장이 성숙되고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 일반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제도적인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