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의 연구ㆍ개발(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제조업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과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 LG전자 등 세계 일류 기업이 활동하는 정보통신산업도 선진 기술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것으로 지적됐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11월 국내 608개 분야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응답 기업들은 우리나라 제조업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 대비 81.3%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보통신산업의 경우 최고 수준 대비 83.3%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2004년 실시했던 설문(84.1%)보다는 낮아졌고,중화학공업(81.4%) 경공업(78.7%)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정보통신산업보다 더 큰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의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소재관련 기술과 제품설계 기술이라고 답한 기업이 각각 33.2%와 27.3%로 가장 많았다.

조립가공 기술(7.6%)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그러나 이 같은 기술격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R&D 투자와 혁신역량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2.73%(2005년 기준)로 △미국 4.0%(2001년) △일본 3.87%(2004년) △독일 3.9%(2001년)에 모두 뒤졌다.

대학 연구소 등의 기술이전 평가지표인 기술이전율(기술개발 건수 대비 기술이전 건수)도 20.3%로,미국(28.3%) 캐나다(41.6%) 등과 큰 격차를 보였고 사업화 성공률 역시 44.2%로,미국(50%) 일본(58%) 등 선진국에 비해 부진했다.

또 R&D투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에만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 비중은 전체 R&D 투자의 11.3%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것도 이같이 R&D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KIET의 분석이다.

KIET는 "기존 주력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기존 기술 모방으로는 한계가 있고 R&D 투자를 늘려도 성과로 나타나기 어렵다"며 "R&D의 방향을 현재의 응용ㆍ개발,기술추격 형태 위주에서 핵심ㆍ원천,기술선도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면 외국과의 기술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IET는 아울러 R&D 활동과 성과의 사업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기반으로 "연구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화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 전 과정에서 사업성과와 예산배분을 연계하는 성과중심 R&D 평가관리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