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반짝 '사자'에 나서며 기대감을 갖게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매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사흘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13일에도 10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사흘째 매도 우위다.

지난 1월 순매도 규모가 워낙 컸던데다 매도 지속 기간이 길어 이달초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슬슬 '사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결국 시장이 너무 앞서간 셈이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외국인들의 매수 전환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약 32%선까지 줄어들었지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할 때 28%선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매가 안정을 찾는 시점은 미국 경기의 악재 요인이 해소되는 시점과 일치할 것"이라면서 "오는 하반기 중, 적어도 2분기 이후나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매 동향에 영향을 주는 글로벌 자금 동향도 그리 우호적이지 못한 편이어서 매수 전환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

이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적정 시총비중은 약 27~28%"라면서 "현 주가 수준을 감안해 단순 계산할 경우 약 30조원 가량의 외국인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체감 기온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이는 무시무시한 규모로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 증시가 지난해 3월부터 이미 35조원 가량의 매물 폭탄을 꿋꿋하게 견뎌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

한편 외국인들이 떠난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주체는 단연 기관들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외국인 매도세 강화로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기관의 꾸준한 매수세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면서 "향후 수급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기관의 매수세"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도 연기금의 경우 주식 비중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투신권 역시 펀드런 가능성이 크게 축소돼 매수 여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펀드시장의 장기 성장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만큼 외국인 매도가 추가로 지속돼도 연기금과 투신을 중심으로 한 국내 수급 주체들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설명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