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운하 리포트] (4) 관광자원화 ‥ 암스테르담~부다페스트 '리버 크루즈' 관광 인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영국 런던 서북부 패딩턴역 인근의 '리틀 베니스'.'작은 베니스'라는 이름처럼 카페선박 등 소형 관광선과 주변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마을과 같은 느낌을 준다.19세기에 조성된 이후 방치됐던 그랜드유니온 운하 하류 지역을 재개발한 이곳은 런던 운하 관광의 시작점이다.여기서 14㎞ 떨어진 리젠트 운하까지 운항하는 소형 유람선들은 런던 동물원,캠던 마켓,리젠트 공원 등 런던 관광명소를 통과하게 된다.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리틀 베니스'는 도심 내 흉물로 변질될 수 있었던 구(舊) 운하를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유럽 운하에선 대규모 컨테이너선과 대형 크루즈선이 나란히 운항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거미줄처럼 촘촘한 내륙.국가 간 운하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운하 주변 지역의 산업기능 쇠퇴와 노후화로 화물 수로로서 기능을 잃은 소규모 운하가 관광명소 및 인근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속속 리모델링되고 있다.대량 화물운송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노리고 뚫린 물길이 관광 산업이라는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제라드 보포 네덜란드 교통수로관리국 정책고문은 "경제적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유럽 운하가 1990년대 초부터 강,바다와 연계한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운하를 통해 유럽의 관광도시를 순항하는 크루즈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큰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총 연장 3만5000㎞에 27개 EU(유럽연합) 회원국 중 12개국이 얼키설키 연결돼 있는 유럽의 운하 수로는 관광 자원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유럽 운하의 심장 역할을 하는 라인강 수계의 마인-도나우 운하는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잇는 유럽 크루즈 산업의 '황금 노선'으로 이용되고 있다.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프랑크푸르트(독일)-빈(오스트리아)-부다페스트(헝가리)를 운항하는 크루즈선은 각 도시에 하루 이틀씩 정박해가며 탑승객들에게 서.중부 유럽 도시 관광 기회를 제공한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유럽 리버크루즈협회에는 현재 20개 회원사가 소속돼 있다.이 협회는 유럽 전체 100개 이상의 여행사와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며 고객을 모으고 있다.5~8일 일정의 크루즈선 관광 비용은 기차에 비해 20% 이상 비싸지만 관광객들이 앞다퉈 몰린다. 겨울은 비수기이고 봄~가을이 성수기다. 실제 독일어권 크루즈선 이용객은 1996년 10만2404명에서 2005년 32만5635명으로 10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하루 평균 144유로를 쓰는 고객들이 일주일간 크루즈 여행을 했을 때 독일어권 국가에서만 연간 3억2824만유로(약 4595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통 컨설팅업체인 DHV의 댄 라이작 컨설턴트는 "운하를 이용한 리버(river.강)크루즈는 해상 크루즈와 달리 여러 내륙 도시에 정박해 도심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프랑스와 독일 등의 신규 운하 건설이 끝나면 크루즈 산업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크루즈선을 이용한 운하 관광산업 이외에도 도심 주변 소형 운하를 관광자원화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제조업의 쇠퇴로 19세기 조성한 운하가 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됐던 영국은 런던 앤더톤 번리 등 주요 운하도시의 수로에 소형 관광선이나 레스토랑 선박 등을 띄워 관광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런던 북부를 가로지르는 그랜드유니온 운하와 리젠트 운하는 런던 최대의 리젠트 공원과 오스터리 공원,콜론밸리 공원 등과 연계돼 런던 시민들의 아늑한 휴식 공간으로 사용된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은 도시 중심부를 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소형 운하를 이용해 한 시간 동안 시내 관광 명소를 유람선으로 한 번에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인기다.네덜란드는 이 소형 운하에서 3개 노선의 수상 버스도 운영 중이다.
벨기에 북서부에 위치한 브뤼주는 강바닥에 토사가 쌓이면서 운송 기능을 상실한 운하를 관광자원으로 전환해 관광도시로 거듭난 경우다.50개가 넘는 다리로 이어져 있는 이 '물의 도시'는 운하를 관광용으로 홍보하면서 벨기에 최고의 관광명소가 됐다.
런던.뉘른베르크.브뤼셀.암스테르담=김동욱/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