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부활하는 로보트 태권V, 해외서도 통하는 스토리 담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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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어린 시절 극장에서 쭈쭈바와 새우깡을 먹으며 보던 그 늠름하고 멋진 모습.검도나 레슬링을 하는 악당 로봇들을 태권도로 통쾌하게 때려 눕힐 때의 짜릿한 희열.
아이들은 당시 절대 강자로 여겨진 일본산 마징가보다 태권브이가 '더 세다'는 확신을 갖고 극장 밖을 나서곤 했다.
1976년작 '로보트 태권브이'가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총 제작비 200억원을 들인 대작 실사영화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로보트태권브이 대표를 맡은 사람은 영화사 신씨네의 신철 대표(50).
"지난해 초 '로보트 태권브이' 디지털 복원판을 상영하려고 배급사들을 찾아갔더니 대부분 '구민회관에서나 틀라'고 하더군요.30년도 더 된 영화를 누가 극장에서 보겠느냐는 것이었죠.
그러나 태권브이를 기억하는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 눈물까지 흘렸습니나.무려 75만명이나 봤어요.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이죠.태권브이의 부활은 이제 시작입니다."
신 대표는 태권브이가 상영될 당시 서울 대성학원에 다니는 재수생이었다.제대로 된 '태권브이 세대'라고 할 수는 없는 셈.
그런 신 대표가 태권브이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태권브이를 만든 김청기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1994년 '구미호'에서 한국 최초로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게 바로 신씨네였습니다.그래서 김청기 감독님이 태권브이를 되살려보자는 제안을 해온 것이었죠.처음에는 망설였어요."
그러나 그는 태권브이를 검토ㆍ분석한 결과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태권브이에 나오는 인조인간 메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인조인간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1993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죠.태권브이는 이보다 훨씬 전에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로봇 캐릭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컸다.영화인으로서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했다.
"지금도 일곱 살짜리 제 아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의 90%가 일본 것입니다.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우리에게는 태권브이가 있다!'"
㈜로보트태권브이 설립에는 신 대표와 김청기 감독 외에 강우석 감독과 아이엠픽처스의 최완 대표도 참여했다.
작년 말 흥행에 성공한 '세븐 데이즈'를 만든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 여름 촬영에 들어간다.내년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지금은 시나리오 작업이 한창이다.
"30여년의 세월이 흘러 아이였던 주인공 훈이와 영희는 결혼해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그러나 훈이 가족에게 복수하려는 악당 로봇들이 서울을 악랄하게 파괴하기 시작하죠.그 다음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웃음)"
글=서욱진/사진=김병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