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말~2000년대초 '스타 벤처기업'의 대표였던 버추얼텍(대표 서지현)이 과거의 명성이 퇴색해 적대적 인수합병(M&A)공격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2000년 코스닥에 진입한 후 7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진이 능력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최대주주 및 소액 주주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코스닥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버추얼텍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몰렸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버추얼텍이 '구체적인 수익모델이 없이 벤처열풍을 타고 증시에서 자금만 확보한 벤처기업 몰락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벤처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1월11일. 버추얼텍이 첫 거래를 시작한 날이다. 개장하자마자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고 첫날 거래량은 20주에 불과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주식이었다. 이후 수직상승한 주가는 3월13일 장중 한때 사상 최고가인 20만6000원까지 올랐고 3월14일 종가는 19만2500원에 달했다.

버추얼텍은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지만 경영내용은 낙제점이었다. 2000년 매출액 100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한 버추얼텍은 이듬해인 2001년부터 기나긴 적자경영의 늪에 빠졌다. 2001년 47억9000만원의 영업손실를 기록한 버추얼텍은 지난해 12억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기까지 7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영업적자를 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영업손실 규모는 매출액의 70~80%에 달할 정도로 경영부실이 깊어졌다. 계열사인 페이퍼코리아 주식 250만주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으로 순이익을 낸 2006년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시스템솔루션 개발업체였던 버추얼텍은 시스템통합(SI) 관련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이라는 주력분야에서 매출을 내지 못함에 따라 이처럼 쇠퇴일로를 걸었다. 수익률이 낮은 상품매출이 증가하면서 적자경영을 탈피할 돌파구가 없었던 것이다.

버추얼텍은 본업에서 실적이 따라주지 않자 '외도'에 나서면서 회사부실을 더욱 앞당겼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2004년초 경매사이트 와와컴을 인수했지만, 와와컴은 그해 13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버추얼텍은 할 수 없이 2005년 8월 와와컴 지분을 다시 매각했다.

이외에도 티니아텍, 버추얼메디, 입시뱅크 등 버추얼텍이 인수하거나 지분을 출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동반 부실경영의 길을 걸었다.

버추얼텍의 M&A(기업인수합병)에 나서 지분 20.28%를 보유하고 있는 홍재성씨는 뜻을 함께하는 소액주주 및 우호주주들과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2명의 이사선임을 주주 제안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600억원 이상의 매출과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의류업체 JS코러페이션을 경영하고 있는 홍씨는 "버추얼텍의 경영권을 인수해 JS코퍼레이션처럼 높은 수익을 내는 회사로 만들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