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국내 경제의 불안함을 알리는 황색등이 켜졌다.안타깝게도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 해외 부문의 비용 상승 압력에 있기 때문이다.천정부지로 오른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경기 과열에 의한 중국발 인플레 여파가 한동안은 국내 제품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비용 증가에 의한 국내 물가 불안이 초래할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아지는 점이다.

이는 실질 소득 감소,총 수요 위축,기업 생산과 고용 축소라는 연쇄 작용을 통해 경기를 침체의 나락으로 내모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2월 국내 산업 생산과 소비 증가세는 전기에 비해 모두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하지만 물가 안정과 경기 활성화는 상충하는 정책 목표라 이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기 위해서는 두 정책 목표의 상대적 우선 순위를 설정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향후 경제 운영은 경기 활성화 쪽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국내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상태에 있고 물가 상승 정도가 아직은 물가 안정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 대책은 총 수요를 억제하지 않는 선에서 강구해야 한다.해외에서 초래된 비용 상승 영향을 최대한 상쇄시키는 것이 이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유류세와 통신비 인하 대책을 조속히 실현하고,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농·수산물 및 교복과 같은 생필품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한편 노사 화합에 의해 임금 인상을 가급적 자제하고,공공 부문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상승분을 흡수하도록 유도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금리 정책 역시 경기 활성화에 무게를 더 둘 필요가 있다.한은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는 2007~2009년 3.0%±0.5%포인트를 달성하는 것이다.2007년 소비자 물가가 2%대인 점을 감안하면 여유가 있는 셈이다.

국내외 정책 금리 차가 너무 큰 점도 부담이다.금리 차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 고금리에 의한 유동성 축소 효과도 반감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내외 금리 차로 인한 원화 환율 절상이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는 효과도 사라졌다.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등에 의해 해외 자본이 빠져 나가 원화 환율이 예상 밖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오히려 정책 금리를 조금 낮춰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리고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수입 물가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의 호조는 과도한 해외 자본 유출을 막아 원화 환율의 지나친 상승을 완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일이다.소득원이 늘어야 비용 상승 부담도 감내할 수 있고,총 수요가 확대되어 경기도 살아난다.

법인세 등 세 부담 경감과 각종 규제 철폐를 신속히 추진하여 투자와 창업 붐을 일으키는 것이 이를 위한 첩경이다.경제적 행복감은 일자리를 얻는 데서 최대화되고,모든 경제 목표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정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할 때 경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다 쉽게 잡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