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사랑받는 기업' 저자 라즈 시소디아 美 벤틀리大 교수

"월마트를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들 하지만 현재 상태로라면 위험하다.사람들이 사랑하지 않는 기업은 아무리 효율적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밀려나게 돼 있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2008'에 기조 연설자로 초청된 라즈 시소디아 미국 벤틀리대학 교수는 "미국에서는 최근 월마트에서 쇼핑할 때 죄의식을 느낀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생계유지가 안 될 정도로 종업원을 대하는 회사를 소비자들이 이제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소디아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의 저자로 주주중심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종업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해당사자 중심 모델을 갖춰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이 그와 만나 대담 시간을 가졌다.

-월마트는 '날마다 최저 가격'을 슬로건으로 여전히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여러 부분에서 잘하고 있다.물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그러나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은 지 이미 오래다.6년 넘게 시장가치가 추락하고 있다.사람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자들에게 그 자리를 뺏기고 있다."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종업원들 급여를 낮추는 것은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코스트코는 월마트보다 급여를 약 65% 더 준다.그런데도 가격경쟁력은 절대 낮지 않다.직원 1인당 수익률은 훨씬 높다.그 이유는 바로 종업원들의 충성도다.코스트코의 이직률은 6%밖에 안 된다.월마트는 50%나 된다.월마트는 해고 전직 등의 이유로 연간 60만명을 새로 뽑아야 한다.채용 및 교육 비용이 종업원 유지 비용보다 더 드는 것이다."

-종업원에게 사랑받는 방법은 알겠다.그러나 주주나 사회를 생각한다면 수익을 잘 내는 것이 결국 사랑받는 길 아닌가.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주주중심주의가 이제껏 미국을 지배해왔다.그러나 주주는 이해당사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주주에게 수익을 주려고 하다보면 결국 단기적인 시각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사랑받는 기업'으로 선정한 28개 회사 가운데 공개기업들을 보면 시장가치가 시장평균을 크게 상회한다.최근 10년을 기준으로 보면 사랑받는 기업의 주가는 1029% 오른 반면 S&P500 기업은 평균 122% 오르는 데 그쳤다."

-수익이 좋은 기업들을 사랑받는 기업으로 뽑아서 그런 건 아닌가.

"수익분석은 대상 후보기업들을 다 뽑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해본 것이다.우리가 '사랑받는 기업'으로 뽑은 회사들이 모든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때문에 증시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 같다."

-이해당사자라면 기업을 둘러싼 집단을 말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누가 가장 중요한가.

"SPICE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사회(Society) 협력업체(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종업원(Employee)들이 이해당사자다.이들은 기업과 관련해 볼 때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몸 가운데 손가락이 중요하다,심장이 중요하다 하기 어려운 것처럼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이제는 윈윈(win-winㆍ상생)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들 이해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5win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는 시각처럼 보인다.

"CSR는 기존 비즈니스를 그대로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지는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사랑받는 기업은 사회를 위한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결국 같은 얘기 아닌가.

"그렇지 않다.인도의 타타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경차 '나노'의 사례를 보라.가격이 2500달러밖에 안된다.타타는 온가족 5명이 작은 스쿠터에 매달려 다녀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 차를 내놨다.비즈니스로도 분명히 성공을 할 것이다.이것은 사회적 책임 활동이 아니라 인간미가 넘치는 새로운 비즈니스다."

-미국이 주주중심적인 데 반해 유럽은 이해당사자 중심적인 경제모델이다.사랑받는 기업은 유럽식 모델인가.

"유사한 면이 있지만 다르다.유럽식 이해당사자 모델은 정부나 사회의 규제로 그렇게 하는 경향이 있다.노조의 경영참여를 의무화한 독일의 예처럼 말이다.그런 규제는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모델일 뿐이다."

-사랑받는 나라의 모델은 어떻게 가능한가.

"캐나다나 뉴질랜드가 대표적인 사랑받는 나라들이다.사회통합을 잘 이뤄낸 바탕에서 대외적으로도 전 세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랑받는 기업에 한국 기업들도 있나.

"2003년부터 조사작업을 벌였는데 시간 제약 문제로 주로 미국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삼성 현대 등 대표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사례도 연구를 시작했다."

시소디아 교수는 마케팅 분야에서는 차세대 구루(스승)로 꼽히는 석학이다.'사랑받는 기업'을 연구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기업의 의미를 새롭게 보게 됐기 때문이다.그는 앞으로 평생을 '양심적인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모델을 연구하는 데 바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리=신희철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ksk30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