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들이 없었다면 '삼성'이란 브랜드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삼성그룹의 상생경영은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무한경쟁이 벌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협력사 없이는 지속 성장을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삼성은 2003년부터 협력사들에 막대한 지원을 해왔다.지원 규모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세계 주요 기업과 비교하더라도 최고 수준이다.기술개발은 물론 경영컨설팅,자금 지원 등 모든 것을 지원해줬다.

이건희 회장도 2006년 청와대에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회의에서 "인력양성과 마케팅,기술개발 등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아 협력해 나가겠다"고 공언할 만큼 우수 협력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이 같은 노력의 결과 삼성은 반도체,휴대폰,LCD패널,디지털TV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기술개발부터 경영혁신까지 지원

삼성그룹의 '협력사 사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는 세계 IT(정보기술)시장에서 업체 간 치열한 기술경쟁이 벌어질 때.자체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협력사를 육성하는 게 시급했다.

최고의 반도체,LCD TV는 협력사의 부품 하나하나가 최고일 때 만들어진다는 게 당시 삼성의 판단이었다.이를 위해 삼성은 전국 1000개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2003년 12월 5년간 1조원가량을 협력사 지원에 투입하는 내용의 '협력회사 종합지원책'을 발표했다.이 대책에 따라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시설투자 자금 무이자 지원에 2047억원,협력사의 전문인력 양성교육 및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구축에 1986억원 등 총 4033억원을 지원했다.2005년부터는 이전까지 어음으로 지급했던 협력사 부품 구매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자금 지원뿐만이 아니다.삼성전자는 협력사들의 체질 개선을 위한 맞춤형 지원방안도 추진했다.

예컨대 기술력이 떨어지는 회사에는 자사 엔지니어를 보내 공동으로 기술 연구를 하게 하고,사내외 전문가들을 협력사에 파견해 제조ㆍ원가ㆍ프로세스 혁신을 이루도록 했다.협력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강화했다.매년 협력사 대표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 삼성전자의 재무,인사 등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 같은 4년간의 상생경영의 결과는 놀라웠다.2003년 이전과 비교할 때 현재 협력사들의 공정불량률은 크게 낮아졌고 1인당 생산성은 30% 이상 높아졌다.

이를 통해 협력사 전체적으로 매년 5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올리고 있다.또 협력사들과의 공동 기술개발 및 교류를 통해서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이익 증대효과를 보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도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삼성SDI의 경우 협력사들의 제품 품질과 가격 납기 등을 따져 우수한 회사를 지원하는 'S-Partner' 제도를 운영 중이다.삼성전기도 2004년부터 5년간 300억원을 우수 협력사 지원에 투입했다.특히 2005년에는 사내에 협력사 직원들과 공동으로 제품 기획 및 개발,생산성향상 방안 등을 연구하는 '윈-윈 플라자'를 도입했다.

◆협력사 2세 경영자도 직접 키운다

이 같은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 외에 삼성만이 운영하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있다.바로 협력사 대표 2세들을 위한 '미래 경영자 교육'이다.

2004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협력사 대표들의 자녀를 선발해 1년간 삼성전자에 입사시켜 제조,구매,개발,마케팅 등 다양한 현장 체험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2세들에게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연수 등 해외 주요 기업을 탐방하는 기회도 주어진다.이 교육을 통해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차세대 CEO(최고경영자)들의 역량을 높여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2004년 29명,2005년 25명,2006년 24명 등 현재까지 총 78명의 협력사 대표 2세들이 이 과정을 거쳐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