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국가 투자펀드 '난립' … 해외주식형 144개중 49개
해외펀드가 인기를 모으자 자산운용사들이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인도 등 경제 규모가 큰 나라를 벗어나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프런티어 시장을 겨냥한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글로벌 분산상품이 대세인 펀드 선진국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위험이 큰 개별 국가 펀드를 남발하는 것은 펀드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자산운용협회와 펀드평가사 제로인,모닝스타코리아 등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펀드 중 개별 국가 상품 비중은 해외 유명 운용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펀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경우 82개의 해외펀드(클래스A 기준) 중 특정 국가 상품이 23개로 28%에 달한다.

개별 국가 펀드들은 중국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이머징 시장에 집중돼 있다.지난해 6월 이후 자산운용사별로 설정한 공모형 해외 주식형펀드는 총 144개로 이 가운데 49개(34%)가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유형이다.한화투신운용이 지난해 12월 '한화카자흐스탄주식1'을 내놓는 등 투자지역도 신흥시장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해외의 대형 운용사들은 글로벌 분산투자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메릴린치의 경우 미국을 제외한 해외투자펀드는 31개로 개별 국가 상품은 일본 3개,영국 1개,인도 1개 등 5개에 불과하다.나머지 26개는 모두 글로벌펀드나 유럽펀드,라틴아메리카펀드 등 대륙별 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피델리티와 미국 내 펀드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는 아메리칸펀즈의 경우 해외상품은 5개에 불과하며 그나마 모두 지역별 분산상품들로만 채워져있다.4개는 전세계 분산투자 상품이고 이머징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은 1개뿐이다.이 밖에 슈로더는 30개의 해외펀드 중 개별 국가 상품이 7개,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14개 중 2개에 그쳤다.

이대석 모닝스타코리아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시장에 진출한 피델리티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 운용사들은 위험이 큰 개별 국가 펀드보다는 글로벌 분산상품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자산운용사 대표는 "특정 국가 상품을 펼쳐놓고 고객들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투자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유행따라 특정 국가 펀드를 너도나도 내놓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