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철강, '석탄대란' 닥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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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자원 정도로 치부되던 석탄이 최근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으로 산업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속적인 고유가에다 최근 중국 폭설과 호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지난 8일자 호주 뉴캐슬 기준 주간 석탄가격은 120달러를 기록, 올 들어 33% 가량 폭등했다. 지난해 2월 초(52달러)에 비하면 2배가 훨씬 넘게 올랐다.
특히 중국은 폭설을 이유로 당분간 아예 석탄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는 석탄 의존도가 낮은 편이지만,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시멘트, 철강, 발전업계에는 직격탄이다.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연관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 생산중단 위기
시멘트 업계는 연료의 85%가 유연탄인데다 중국산 의존도가 70%에 달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13일 주가도 쌍용양회(-3.77%), 성신양회(-4.84%), 한일시멘트(-3.77%), 현대시멘트(-0.28%) 등 대부분 업체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업체들의 유연탄 비축분은 1~2개월 가량이다. 다음달 말까지도 중국산 유연탄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감산이나 일시적 생산 중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대표적인 유연탄 공급 국가는 중국 외에도 호주와 러시아가 있지만, 각각 홍수와 동절기라는 점 때문에 물량 찾기가 쉽지 않다. 톤당 10~15달러 가량 비싼 가격도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현대시멘트 관계자는 “지난 5일 들어오기로 계약된 중국 유연탄 물량이 안 들어왔다”며 “비축 물량을 최대한 긁어모아도 3월말 이후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말 러시아산 유연탄을 들여오려고 검토했으나 4월말은 돼야 가능하다고 해 포기하고 중국 상황만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중국에서 100% 유연탄을 조달하는 쌍용양회도 안절부절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춘절 연휴라 그런지 중국쪽 공급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공급 중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지만 일단 공식적으로 확인한 후에 대체 물량을 찾아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유연탄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시멘트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물량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유연탄 가격이 워낙 올라 ‘팔수록 적자’라는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연간 140만톤 가량 유연탄을 들여오는데 지난해보다 50달러가 더 올랐다”며 “앉아서 7000만달러가 날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톤당 5만3000원이던 국내 시멘트 가격을 9000원 올리려 했으나, 이조차 레미콘 업계 반발에 부딪쳐 최근 5만9000원에 절충을 봤다.
레미콘 업계는 화살을 건설업계로 돌렸다. 건설업체들이 가격을 올려주지 않아 레미콘 업계 역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는 그나마 가격을 올렸지만 건설업계는 오른 가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물량이 부족해져야 단가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가격협상 진통..100% 인상 요구설도
철강업계에서는 고로를 사용하는 포스코가 유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일단 중국산 비중이 크지 않고 대부분 호주나 캐나다산을 들여오기 때문에 수급 불안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급등하는 가격 부담은 적지 않다. 포스코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연간 공급협상에서 광산업체와 가격을 놓고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최대 유연탄 공급업체 BHP빌리톤은 ‘30일간 선적불가’를 선언하며 인상 압박을 펴고 있으며, 일각에서 국제 광산업체들의 가격 인상 요구폭이 최고 100%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모든 원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연탄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현물 가격이 오르니까 협상 타결에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최근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으나, 이는 지난 2년간 가격동결로 인한 시장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유연탄 가격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제품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은 자동차, 가전, 조선, 건설업 등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원가 압박 요인이 된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경우 원가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할 경우 소비자 반발은 물론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 더욱 곤혹스럽다.
◆한전, 전기요금 인상이 살 길
한국전력은 연간 4000만톤 가량의 유연탄을 사용하는 국내 최대 석탄 수요처다. 현재의 석탄 가격 수준은 이미 원자력을 넘어서는 것이란 점에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한전이 100% 출자한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들이 올해 대거 적자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 수급 불안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산 유연탄 비중이 11% 가량에 불과하며, 2~3월 수입 물량이 66만톤인데 비해 비축량이 300만톤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1일 한전과 긴급 회의를 열어 석탄 수급 대책을 논의했다. 산자부는 장기적으로 중국 유연탄 수출 감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러시아 등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연탄 자주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이 석탄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으나, 이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지속적인 고유가에다 최근 중국 폭설과 호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지난 8일자 호주 뉴캐슬 기준 주간 석탄가격은 120달러를 기록, 올 들어 33% 가량 폭등했다. 지난해 2월 초(52달러)에 비하면 2배가 훨씬 넘게 올랐다.
특히 중국은 폭설을 이유로 당분간 아예 석탄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는 석탄 의존도가 낮은 편이지만,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시멘트, 철강, 발전업계에는 직격탄이다.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연관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 생산중단 위기
시멘트 업계는 연료의 85%가 유연탄인데다 중국산 의존도가 70%에 달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13일 주가도 쌍용양회(-3.77%), 성신양회(-4.84%), 한일시멘트(-3.77%), 현대시멘트(-0.28%) 등 대부분 업체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업체들의 유연탄 비축분은 1~2개월 가량이다. 다음달 말까지도 중국산 유연탄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감산이나 일시적 생산 중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대표적인 유연탄 공급 국가는 중국 외에도 호주와 러시아가 있지만, 각각 홍수와 동절기라는 점 때문에 물량 찾기가 쉽지 않다. 톤당 10~15달러 가량 비싼 가격도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현대시멘트 관계자는 “지난 5일 들어오기로 계약된 중국 유연탄 물량이 안 들어왔다”며 “비축 물량을 최대한 긁어모아도 3월말 이후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말 러시아산 유연탄을 들여오려고 검토했으나 4월말은 돼야 가능하다고 해 포기하고 중국 상황만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중국에서 100% 유연탄을 조달하는 쌍용양회도 안절부절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춘절 연휴라 그런지 중국쪽 공급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공급 중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지만 일단 공식적으로 확인한 후에 대체 물량을 찾아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유연탄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시멘트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물량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유연탄 가격이 워낙 올라 ‘팔수록 적자’라는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연간 140만톤 가량 유연탄을 들여오는데 지난해보다 50달러가 더 올랐다”며 “앉아서 7000만달러가 날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톤당 5만3000원이던 국내 시멘트 가격을 9000원 올리려 했으나, 이조차 레미콘 업계 반발에 부딪쳐 최근 5만9000원에 절충을 봤다.
레미콘 업계는 화살을 건설업계로 돌렸다. 건설업체들이 가격을 올려주지 않아 레미콘 업계 역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는 그나마 가격을 올렸지만 건설업계는 오른 가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물량이 부족해져야 단가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가격협상 진통..100% 인상 요구설도
철강업계에서는 고로를 사용하는 포스코가 유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일단 중국산 비중이 크지 않고 대부분 호주나 캐나다산을 들여오기 때문에 수급 불안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급등하는 가격 부담은 적지 않다. 포스코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연간 공급협상에서 광산업체와 가격을 놓고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최대 유연탄 공급업체 BHP빌리톤은 ‘30일간 선적불가’를 선언하며 인상 압박을 펴고 있으며, 일각에서 국제 광산업체들의 가격 인상 요구폭이 최고 100%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모든 원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연탄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현물 가격이 오르니까 협상 타결에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최근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으나, 이는 지난 2년간 가격동결로 인한 시장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유연탄 가격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제품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은 자동차, 가전, 조선, 건설업 등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원가 압박 요인이 된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경우 원가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할 경우 소비자 반발은 물론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 더욱 곤혹스럽다.
◆한전, 전기요금 인상이 살 길
한국전력은 연간 4000만톤 가량의 유연탄을 사용하는 국내 최대 석탄 수요처다. 현재의 석탄 가격 수준은 이미 원자력을 넘어서는 것이란 점에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한전이 100% 출자한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들이 올해 대거 적자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 수급 불안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산 유연탄 비중이 11% 가량에 불과하며, 2~3월 수입 물량이 66만톤인데 비해 비축량이 300만톤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1일 한전과 긴급 회의를 열어 석탄 수급 대책을 논의했다. 산자부는 장기적으로 중국 유연탄 수출 감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러시아 등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연탄 자주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이 석탄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으나, 이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