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로 잘 알려진 국내 게임업계 대장주 엔씨소프트가 예년에 비해 크게 악화된 2007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3일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2% 감소한 890억원,영업이익은 21.6% 줄어든 1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44.83%나 감소한 102억원에 불과했다. 2007년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2.6% 줄어든 329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4.3% 늘어난 494억원이었다.

국내 및 글로벌 게임 시장이 최근 3년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엔씨소프트 매출은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5년 3388억원이었던 매출은 2006년 3386억원,지난해 3297억원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도 기대를 모았던 '타뷸라라사'의 흥행 실패 때문이다.세계적인 개발자 리처드 게리엇의 야심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타뷸라라사지만 작년 4분기 매출은 5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을 보였다.실적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4분기는 물론이고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도 NHN의 한게임에 뒤져 국내 1위 게임업체의 자리도 내줬다.올해 실적도 작년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지난해 6월 8만9000원이었던 주가는 13일 현재 절반에도 못 미치는 4만3600원이다.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엔씨소프트는 "지나친 주가 하락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주주친화 정책을 약속했다.이재호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3월 이사회에서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이 최우선인 게임회사가 배당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장 전망이 좋지 않다는 걸 뜻한다"라며 "배당 등은 일시적으로 주가를 지지하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성장이 담보되지 않으면 주주가치를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실적 목표치를 매출 3500억∼3800억원,영업이익 570억∼660억원으로 잡았다고 발표했다.지난해보다 매출이 약 10% 성장한다는 것이다.엔씨소프트 측은 신작 게임 '아이온'의 공개 서비스 및 신규 캐주얼게임 라인업 등을 감안할 때 매우 보수적으로 수치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성욱 리먼브러더스 연구원은 "이미 기대작 타뷸라라사가 실패했고 신작 아이온의 일정도 불확실한 것을 감안하면 보수적이 아니라 실적을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원기/민지혜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