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은 국공채에 집중되면서 회사채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받아줄 수요처가 부족한 탓이다.

채권 거래 방식도 주식과는 달리 주로 '메신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거래의 투명성이나 유동성도 그만큼 제약받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 수요 기반 확충과 거래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이일드 채권시장 활성화를

국공채는 그나마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만 회사채는 발행 규모와 거래 규모 모두 줄어드는 추세다.국채 발행 잔액은 2001년 77조원에서 2007년 273조원으로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회사채(ABS 제외)는 87조원에서 74조원으로 감소했다.

발행 당시 거래를 제외한 회사채의 연간 회전율은 2001년 84.7%에서 지난해는 24.6%까지 떨어졌다.작년에는 발행 잔액의 24.6%만 거래됐다는 얘기다.회사채의 유동성 공급 역할을 하는 운용사들마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회사채 전체 잔액에서 운용사가 보유한 비중은 2002년 말 14.24%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5.35%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회사채 등의 채권 발행 및 유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하이일드 채권시장과 회사채 전용펀드를 활성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하이일드 채권은 거의 대접을 못 받는 실정이다.2년여 전 비오이하이디스 부도 사태로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물론 국민연금도 회사채 투자가능 등급을 BBB+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신용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채권별로 투자 가능 등급을 규정하고 있는 제한을 폐지하고 펀드의 포트폴리오 전체 평균으로 신용도를 판단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채권팀장은 "펀드신용평가 제도를 도입해 고수익채권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며 "하이일드 채권시장 육성은 중소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ATS 도입 서둘러야

채권은 거래 방식이 주식과는 완전히 다르다.순식간에 이뤄지는 온라인 주식거래와는 달리 채권시장은 장외에서 메신저나 전화로 100억원 단위로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을 운용하려면 메신저를 수십개 띄워 놓고 지켜봐야 한다"며 "IT(정보기술) 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만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유일하게 채권 전자거래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채권거래가 구시대적으로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증권선물거래소법의 '유사시설 개설 금지' 조항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증권선물거래소 이외에는 채권거래 채널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필규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 장외거래는 예외로 인정해 '장외 채권거래시스템'(ATS)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