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다섯 달 만이다. 그것도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전날 통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함에 따라 국회 본청 245호로 회의장소를 옮기고 질서 유지권을 발동한 상태에서였다.

통외통위는 15일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뒤 동의안을 법안소위에 회부키로 했다. 하지만 오는 26일 임시국회 종료까지 채 2주도 남지 않은 데다 민노당과 농촌 출신 의원들의 극심한 반대는 물론 원내 제1당인 통합민주당(가칭)이 '18대 국회 처리'쪽에 무게를 싣고 있어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 반대에 뒷문 상정

지난 11일 민노당 의원들의 위원장실 점거로 회의도 열지 못하고 동의안 상정에 실패한 통외통위는 이날도 진통을 겪었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12일부터 상임위 회의장을 걸어잠그고 점거농성을 벌이면서 회의 전날 부랴부랴 회의장을 바꾼 것이다.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의 경호권 발동으로 바뀐 회의장까지 점거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민노당 의원들이 회의장 정문을 막고 입장을 저지하면서 통외통위 의원들은 뒷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물리적 저지로 처리를 연기하고 장소를 옮기는 것은 민주적인 것이 아닌 무책임"이라며 "(회의장에) 들어오는데도 뒷문으로 들어오라고 하고.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의 무책임한 직무유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도 "한쪽으로는 논의하자고 하면서 상정조차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민노당 측을 비판했다.


◆비준안 18대 국회로 넘어가나

이날 상정된 동의안은 15일 공청회를 거쳐 18일부터 통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이 경우 보통 국회 회의가 열리지 않는 주말을 포함해도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26일)까지 8일밖에 남지 않는다.게다가 25일 대통령 취임식과 새 정부의 국무위원 청문회까지 예고돼 있어 논의 일정은 빠듯하다.일부 통외통위 의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관련 청문회까지 열릴 경우 시간에 더 쫓길 수밖에 없다.

비준동의안은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어 일반적인 법안 심사에 비해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통합민주당이 여전히 처리에 미온적인 데다 민노당 의원이나 농촌지역 의원들의 회의실 점거와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3월이나 4월에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지금도 총선을 앞두고 본회의와 각 상임위가 의사정족수를 채우기에 급급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18대 총선 공식 선거기간은 3월24일부터 4월8일까지이며 17대 국회의원들은 5월29일까지가 임기다."시간도 없어 17대 국회에서는 물 건너 갔다"(김용갑 한나라당 의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쯤되자 통합민주당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비준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김광원 한나라당 의원은 "양당 지도부가 동의안 조속 처리에 의지가 있다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위원장도 "미국 의회가 쇠고기 문제 해결을 한·미 FTA 비준의 전제로 이야기하는 만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이 결단을 통해 문제를 매듭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