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이 전소된 지 사흘째인 13일 화재현장에는 마치 타계한 나라의 큰어른을 애도하듯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단체들은 숭례문 앞 잔디밭에 제삿상을 차려놓고 3배를 올렸고 시민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삼삼오오 모여 절을 올렸다. 주변에는 국화와 조화가 늘어나기 시작해 숭례문 앞에는 마치 국장(國葬)장같은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를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숭례문의 전소를 거듭 안타까워했다.

제삿상을 차린 한 시민단체 회원은 "숭례문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큰 어른같은 존재였다"면서 "저렇게 온몸을 불살라 운명했으니 제삿상을 차려 기리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숭례문을 직접 보고싶어 왔다는 60대 할아버지는 숭례문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남대문아 미안하다"고 읊조렸다. 자녀의 고사리 손을 잡고 온 주부 이해은씨(35)는 "뉴스를 보다가 아이와 함께 왔다"며 "현장에 직접 데려와서 국보1호가 불에 타 없어진 사실을 보여주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삼사오오 모여 추모현장을 찾기도 했다. 회사원 김경근씨(46)는 "숭례문이 무너진 것은 대한민국이 무너진 것"이라며 "가림막으로 치부를 숨길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볼 수 있도록 (화재현장을) 공개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포항에서 새벽 일찍 올라온 서혜주씨(46)는 "건축박람회 때문에 서울에 왔지만 일부러 숭례문을 먼저 찾았다"면서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보니 가슴이 많이 아프고 이번 사건이 온 국민에게 교훈이 되길 바란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오진우 기자 doc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