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연 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콜금리 목표치는 작년 9월 이후 6개월째 동결됐다.

이같은 결정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물가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금융시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경기하강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2%포인트나 벌어졌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금리 인하에 결국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07%포인트 떨어졌다.이에 따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5.01%로 콜금리 목표치(5%)와의 격차가 사실상 없어졌다.

하지만 이성태 한은 총재가 콜금리 동결 직후 브리핑에서 한 말들을 종합하면 당분간 한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기는 했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라고 부를 만큼 낮은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침체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물가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에는 물가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경기보다는 여전히 물가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경기둔화에 대비한 선제적 금리인하론에 대해서도 "선제적이라는 것은 미래 예측에 큰 비중을 둔다는 얘기인데,예측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크면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인플레 압력과 경기 하강 리스크가 공존하는 딜레마 형국에선 섣불리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다는 것이다.

결국 물가불안은 당장 발등의 불이지만 실물 경기지표는 아직까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관망 자세를 취하는 게 최선이라고 보는 셈이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격차 확대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외자 유출입은 금리와 환율의 조합으로 결정되는데,금리 차이에서는 외자유입 요인이 커진 반면 환율 측면에선 환율상승(원화약세)으로 외자유입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내외 금리 격차가 콜금리 결정의 중대 변수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편 한은은 오는 3월 금통위부터 정책금리를 '콜금리 목표치'에서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기준으로 한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변경한다.이로써 1999년 5월 기존 통화량 위주의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도입된 콜금리 목표제는 8년10개월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