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4년 물리학자 게리케가 진공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16마리의 말로 진공반구(半球)를 나누는 '반구실험'을 했던 것으로 이름난 독일 마그데부르크.도시 외곽에는 히틀러 집권기인 1938년에 건설돼 2004년까지 사용된 옛 로텐제 갑문이 아직도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갑문 근처에는 늘어난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2001년 새로 건설된 신로텐제 갑문이 있다.

신로텐제 갑문은 10∼18m에 달하는 미텔란트 운하와 엘베강 수위차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시설로 엘베강을 운항하는 배가 운하로 신속하게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갑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고도가 낮은 엘베강 위로 운하용 다리가 있다.미텔란드 운하와 하펠강을 연결하는 '신형 운하교'다.배가 엘베강뿐 아니라 강위의 다리로도 다니는 것이다.

하르트무트 덴 전 독일연방수로국장은 "마그데부르크 수로 교차로 지역은 독일 운하 운영과 관리를 상징하는 기념물들로 가득찬 곳"이라며 "단순 철강ㆍ콘크리트 구조물 이상의 시설"이라고 소개했다.

갑문과 운하교를 비롯한 유럽의 운하 인프라와 운영ㆍ관리 시설들은 단순 철근ㆍ콘크리트 시설이 아니라 첨단기술이 집적돼 운영되고 있다.배들이 지형적 제약을 극복,원활하게 이동하는 것을 도울 뿐 아니라 전체 수로망의 유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칼 미하헬 프로브스트 독일내륙항운협회장은 "운하에 설치된 갑문들이 물의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스테파니 테프케 뉘른베르크 수로국 감시통제관은 "유량과 운항하는 선박 수 및 간격은 물론 주변 환경까지 고려한 통합수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갑문통제소에 들어가 갑문운영 상황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전산화돼 있었다.신로텐제 갑문의 경우 2명의 관리원이 갑문 양방향에서 오는 배들과 무선통신 후 먼저 지날 선박을 정한 다음 배가 갑문에 진입하도록 지시했다.

갑문에 들어선 배는 물이 빠져나감에 따라 미동이 거의 없이 15분 만에 11m 아래로 내려갔다.배가 갑문을 빠져나가자 반대편에 대기하고 있던 배가 재빨리 갑문에 진입해 11m위로 재빨리 올려졌다.

배가 갑문을 통과하는 전 과정은 10여대의 카메라를 통해 다각도에서 감시되고 배의 움직임은 상세하게 통제됐다.

네덜란드 내륙 항구도시 위트레흐트에 있는 베아트리스 갑문은 길이 220m,폭 18m 규모로 소형 벌크선부터 2000t급 대형 화물선까지 5척의 선박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진입해 한번에 패키지로 이동할 수 있다.

5대의 선박이 갑문을 통과하는 데 총 3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갑문 통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갑문 통제실에서는 5㎞ 반경의 선박 위치 검색이 가능한 레이더 장치 및 선박들과 통신장치를 통해 갑문으로 접근하는 선박 간 거리와 속도를 조절한다.

베아트리스 갑문통제실에 근무하는 뮬렌씨는 "하루 160대가량의 선박들이 갑문을 지나지만 최첨단 통제시스템 덕분에 배들이 정체를 빚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마인-도나우 운하에 위치한 디트푸르트 갑문통제소의 경우 15㎞ 떨어진 리덴부르크 갑문을 비롯해 베르힝 갑문,바흐하우젠 갑문 등 총 4개의 갑문을 컴퓨터와 감시카메라로 원격 통제한다.

4개의 갑문을 드나드는 배들의 통행간격과 유입ㆍ유출되는 물의 양은 4개의 갑문을 배들이 가장 빠른 시간에 통과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조절한다.시간 절약을 위해 미리 물을 빼놓거나 채워놓는 것.위험발생시엔 대형 스피커와 무선통신 등으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디트푸르트 갑문,힐폴스타인 갑문 등 마인-도나우 운하에 건설된 갑문들은 유입ㆍ유출되는 물을 재사용해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디트푸르트 갑문의 경우 폭 12m,길이 190m,3500t급의 배를 분당 17cm씩 17m 높이까지 옮길 수 있는데 배를 옮기는 데 필요한 4만㎥의 물 중 60%를 재사용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유출되는 물은 발전에도 이용된다.

이밖에 유럽에선 겨울철 운하 결빙과 관련,쇄빙선들이 주요 지역에 배치돼 있다.운하가 얼 경우 재빨리 얼음을 부숴 선박의 운행을 가능하게 하고 하천 결빙으로 인한 홍수 등 2차 재난을 예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63년 라인강 대홍수 이후 독일지역에선 대규모 홍수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반면 대형 쇄빙선을 갖추지 못한 폴란드 지역에선 최근까지 수로 결빙으로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겨울 홍수 피해를 입기도 했다.

마그데부르크ㆍ위트레흐트ㆍ뉘른베르크=김동욱/이정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