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형펀드들이 글로벌 증시의 급락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을 바탕으로 양호한 투자 성과를 내고 있는 각종 '상품펀드'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잇단 금리인하로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신흥시장 국가들의 고성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상품펀드가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순자산 10억원 이상 상품펀드 12개의 3개월 수익률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이 14.33~14.47%로 가장 높고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8.31~8.44%),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ommodity인덱스플러스파생'(8.03~8.36%), SH자산운용의 'SH골드파생상품'(3.50~3.75%), 기은SG운용의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자'(3.32~3.50%),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원자재종류형재간접'(0.91~1.0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펀드는 도이치투신운용의 '도이치DWS프리미어기후변화주식'(-13.73%)를 제외하고는 해외주식형펀드의 3개월 수익률 평균인 -13.45%를 크게 웃도는 투자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상품펀드들의 강세는 무엇보다 에너지, 천연자원, 농축산물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때문이다.

금값은 최근 온스당 90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유가(WTI)도 배럴당 9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리, 납, 아연, 알루미늄, 니켈, 주식 등 6개 비철금속 가격으로 LME(런던금속거래소) 비철금속지수는 작년 5월부터 조정을 받다 12월 이후 반등하고 있으며 축산물, 곡물, 산업재, 귀금속, 에너지 등으로 구성된 CRB(영국원자재조사청) 상품지수도 작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들의 경제 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달러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데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금리인하가 잇따르고 있어 상품펀드는 추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가치 감소를 방어하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상품펀드는 기초자산인 원자재의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투자 대상이 특정섹터에 제한돼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선 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만약 미국 경기침체가 신흥시장국에까지 큰 충격을 준다면 원자재 수요 감소를 가져와 상품 자산의 가격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품펀드는 크게 ▲상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기존의 해외 상품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 데, 같은 상품 관련 펀드라 해도 유형별로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 있어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증시가 급락할 경우 상품 관련 기업의 주가는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준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투자수단으로서 상품펀드의 전망은 밝지만 핵심 투자수단으로 삼기에는 부담스럽다"며 "일반적으로 상품관련 펀드의 비중은 10% 내외가 적당하며 공격적인 투자자라도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