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새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14일로 개막 이틀째를 맞은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2008' 자리에서다.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이후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가진 첫 강연이어서 포럼 참석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포럼 오후 세션 주제발표자로 나선 강 간사는 'MB노믹스'의 핵심 내용을 '7% 성장 능력을 갖춘 경제'로 규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적극적인 감세와 신속한 규제 철폐를 제시했다.

그는 이어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명박 당선인이 누차 강조했듯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는 일은 없겠지만 세계잉여금(초과 세수+불용 세출액) 활용 등을 통해 성장촉진적인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부 재정이 민간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질되지 않도록 세계잉여금 중 정부 계정에 남기는 금액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강 간사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 상황을 '장기 불황'으로 규정했다.경제성장률이 1995년 9.2%를 정점으로 1992∼97년 7%대에서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4%대로 추락했다는 이유에서다.그는 "과거 국내 경기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2년을 전후해 정점에 달했었다"며 "그러나 잠재성장률 하락과 구조적인 역동성 저하로 이 같은 경기 순환 패턴은 지속적인 저성장의 실망 구도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성장잠재력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각종 규제로 인한 설비투자 부진을 지목했다.강 간사는 "2002년 이후 5년간 설비투자 증가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16.6%에 그쳤다"며 "이는 같은 기간 미국(28.9%)과 일본(22.9%)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25.7%)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대내외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최근 소비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별도의 대책이 없는 한 올해 설비투자와 수출도 작년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여기에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금리 주가 등 가격 변수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간사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경제정책의 모든 초점을 맞출 것임을 분명히 했다.그는 "이제 한국 경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도약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며 "이를 위한 경제정책 운용의 핵심 철학은 '개방적 시장경제주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간사는 경제 선진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규제 최소화를 제시했다.그는 "경쟁 선진국에 없는 규제를 우선적으로 폐지하고,꼭 필요한 규제도 최대한 투명화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명박 당선인의 경제분야 공약이자 재계의 오랜 숙원사항인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 분리 완화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그는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규제환경은 세계 175개국 중 116위에 그쳤다"며 "이 같은 규제를 절반만 축소해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업무보고에서 밝힌 법인세율 인하 계획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강 간사는 "우리 경제가 7% 성장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현재 25%인 법인세율을 최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법인세율 인하 방침은 이 당선인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도 맥이 닿아 있다.그는 "한국의 주요 경쟁국으로 꼽히는 홍콩(16.5%) 싱가포르(18%) 대만(15%) 등과 비교해 최소한 법인세 부담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망설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기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강 간사는 재정이 경기 역진적으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그는 "새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재정이 경기의 발목을 잡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또 "지난해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혀 세계잉여금이 상당히 많다"며 "이것을 정부가 그냥 쥐고 있으면 정부 재정이 경기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경기에 대한 재정의 영향이) 최소한 중립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잉여금 활용 방안과 관련,"지방교부금 정산과 국가부채 상환에 쓰고 남는 금액은 어떤 식으로든 민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감세 재원 활용을 포함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런 방식으로 민간에 되돌아가는 자금은 대략 4조~5조원 선으로 예상된다.

강 간사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이를 위해 국내총생산 대비 3.5% 수준(32조원.2007년 기준)인 연구·개발(R&D) 투자를 2012년까지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R&D 투자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에는 2.5% 정도였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다.그러나 R&D 투자의 절대 규모를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은 미국의 8%,일본의 19%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새 정부의 계획대로 R&D 투자 비중이 5%까지 높아지면 연간 R&D 투자액은 2012년에는 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