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지미 웨일스 위키피디아 창업자 "개방과 협업이 기업과 세상을 바꾼다"
1999년 주식중개인이었던 지미 웨일스는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뒤지다가 화가 났다.구닥다리 정보가 많았고 새 사전을 사려면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에 백과사전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온라인 백과사전인 누피디아(Nupedia)를 설립했다.결과는 실패였다.

각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를 고용해 지식을 만들고 업데이트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당시 인터넷엔 개방형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 움직임이 불고 있었다.

"바로 이거다.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면 쉽게 높은 품질의 백과사전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는 누피디아를 폐쇄하고 모든 네티즌이 정보 항목을 추가할 수 있고 회사는 정보가 어떻게 바뀌든 상관하지 않는 사이트를 새로 출범시켰다.

소위 '위키'라는 방식이었다.효과는 불과 2주 만에 나타났다.2년간 12만달러를 투입해 만들어 올린 정보(24개 항목)보다 더 많은 항목의 정보가 사이트에 올라왔다.

출범 한 달이 되자 200개의 항목이 만들어졌고,1년이 지난 후에는 총 항목 수가 1만8000개에 이르렀다.

웹 2.0의 대표격인 위키피디아(Wikipedia.org)는 2001년 이렇게 탄생했다.8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에서 야후 구글 유튜브 등에 이어 9위를 차지하고 있다.

250개 언어로 된 600만여건의 정보가 축적됐고 한 달에 2억명이 넘는 네티즌이 찾는다.정보의 양적 측면에서도 230년 역사를 가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10만여건)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2008'에 참석한 지미 웨일스는 14일 "개방과 협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실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키피디아의 성공비결에 대해 "최대한 문을 열어 개방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즉 이윤을 위해 혼자 독점하려는 의도,혹은 사람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개방해선 안 된다는 인터넷 업계의 편견을 깨버렸다는 것이다.

개방으로 위키피디아는 웹 2.0 시대의 아이콘이 됐고,엄청난 성공을 일궈냈다.웨일스는 '머펫'(미국의 유아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캐릭터)을 예로 들어 개방의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구글에 '머펫'을 치면 이미지 뉴스 블로그 등을 무작위로 나열해 보여주지만 위키에서 머펫을 치면 1만5271개의 각종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뜬다"고 말했다.세서미 스트리트와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빅버드 콜맨,그리고 머펫을 만든 짐헨슨,머펫 쇼,관련 영화 등 전체 머펫의 세계가 모두 커버돼 있다는 것이다.

웨일스는 "한 주제에 대해 이런 형태의 깊이 있는 자료가 만들어져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2001년 웨일스가 누피디아를 폐쇄하고 이를 개방해 위키피디아로 바꾸려고 했을 때 내부에선 반대가 많았다.그러나 과감히 오픈소스를 채용했다.

웨일스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의 지식을 모아놓고 여기에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라"면서 "정보의 적십자사가 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30년 전통의 브리태니커가 엄청난 양의 비싼 책을 고집할 때,IT(정보기술)업계의 거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지털 백과사전인 엔카르타를 통해 전문가들이 만든 지식의 공급만을 고집할 때 혁신을 실천한 것이다.

개방으로 인한 위기도 많았다.아무나 글을 쓰고 내용을 고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해 끊임없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금도 글이 몽땅 날아가고 해킹된 사이트처럼 정보 내용이 엉뚱한 내용으로 도배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방 정책은 승리하고 있다.수많은 네티즌들이 토론하고 걸러내면서 자정 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지는 2005년 12월호에서 과학 카테고리 정보와 관련,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의 오류를 비교한 뒤 위키피디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키피디아의 오류는 지적된 순간 수정되지만 브리태니커는 다음 개정판까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위키피디아는 협업과 정보 공유에 기반을 둔 인터넷 서비스의 상징이 됐다.웨일스는 위키피디아의 비전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공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공유된다면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웨일스의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최근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검색 사이트로 유명한 구글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바로 지난달 7일 선보인 검색 사이트 '위키아 서치'가 그 주인공이다.위키아 서치도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웹페이지를 만드는 위키피디아의 방식을 채용했다.

인위적인 편집을 배제하는 구글과 달리 위키아 서치는 사용자들이 검색 결과를 편집할 수 있다.일반 검색사이트에서 종종 발생하는 페이지뷰 건수 조작도 불가능하다.

특히 검색 엔진 자체도 오픈 소스로 운영돼 다양한 사람들이 수정할 수 있다.오픈 소스 진영에 서 있다고 자부하는 구글도 검색 엔진 플랫폼만은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웨일스는 "한 달 전 출범했지만 벌써 하루 500만건의 검색이 행해지는 등 방문 트래픽이 늘고 있다"며 "초기엔 상업적인 검색 사이트에 뒤지겠지만 결국 위키아 서치가 검색 시장의 선두에 설 것"이라며 자신했다.

웨일스는 "위키피디아는 개방사회에서 개개인의 협업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산물"이라며 "지적 협업은 모든 산업영역으로 확대돼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키피디아는 기술적 측면에서 혁신을 이뤄낸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혁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일스는 웹 2.0 시대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업들은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경영에 접목시켜야 한다"며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특별취재팀=김철수 차장(사회부 팀장) 김영우 허문찬(영상정보부) 고경봉(가치혁신연구소) 김현석(경제부) 장창민(산업부) 김동윤(과학기술벤처중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