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도 이젠 국제화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새 정부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면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통한 저렴한 자금조달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에서 국내 기업들이 싼값에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외국인들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발행하는 아리랑본드(원화로 발행)나 김치본드(해외 통화로 발행)는 상당히 위축된 편이다.

아리랑본드의 경우 국내에서 첫 발행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총 44건(2조1909억원)이 발행됐지만 작년 500억원 규모의 한 건을 제외하고는 2006년부터는 발행이 멈춘 상태다.

김치본드도 2005년 이후 5건에 그치고 있다.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국내 그룹사의 해외 현지법인이 국내 본사의 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저조한 까닭은 국내 채권시장의 인지도가 낮고 채권발행이나 유통제도가 국제 규범과 다르기 때문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외국인의 투자등록 규제가 완화되고 국제예탁결제기관에 대한 현금통합계좌가 허용됐지만 아직도 외국인들은 장외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ABMI(아시아채권시장육성방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BMI는 2003년 일본이 아시아 채권시장 육성을 위해 제안했으며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ASEAN) 국가들이 모두 참여해 공동 시장을 만들자는 방안이다.이 지역의 국가 간 채권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싼 비용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채권시장 국제화와 함께 채권을 담보로 한 신용파생상품의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신용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금융기관들이 은행채나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일어나는 실세금리의 상승 부작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채권을 모아 이를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발행하는 것도 유동성 확보의 한 가지 방법이다.기관투자자들은 이 같은 파생상품을 통해 은행채와 CD금리보다 더 높은 상품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직 국내 신용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미약한 형편이다.작년 말 국내 신용파생상품 발행 잔액은 8조1720억원(잠정 집계치)에 불과하다.같은 기간 채권 발행 잔액 829조원의 1%도 채 안 되는 규모다.

지금은 증권사의 경우 신용파생상품에 대해 자급보증을 통한 '보장매도'를 금지하고 있다.자산운용사 역시 신용파생상품을 편입하는 상품에 대한 취급 규정이 없어 신용파생상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채권시장의 활성화와 국제화를 위해서라도 신용파생상품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신용파생상품 시장 활성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채권시장의 국제화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며 "물론 이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 체계는 철저히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