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은 편안하다.
잠자고 밥먹고,이동하고 구경하는 데 따로 신경을 쓸 일이 없다.
크루즈는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호화 리조트 겸 교통수단과 같아서다.
사실 크루즈는 보통의 '깃발여행'처럼 거의 매일 큰 짐을 싸고 풀지 않아도 돼 편하다.
비행기와 달리 장거리 이동 중에도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깃발여행에 식상한 이들을 중심으로 크루즈 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까닭이다.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가 오는 4월 부산을 기점으로 한ㆍ중ㆍ일 삼각 크루즈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3대 크루즈 선사인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가 한ㆍ중ㆍ일 크루즈 노선을 운항하는 것은 처음이다.
부산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가 출발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 노선을 연결할 크루즈선은 '랩소디 오브 더 시즈'호다.
◆축구장 2개보다 큰 랩소디호
랩소디호는 총 7만8491m이다.길이는 279m로 축구장 2개 반을 이어놓은 것과 같다.선폭은 32m로 축구장 세로 길이의 절반 크기다.
높이는 중층 아파트와 비슷한 11층.객실만 999개에 달한다.서울의 주요 특급호텔의 2배다.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승객은 2435명.765명의 승무원이 승객 곁을 지킨다.최고 운항 속도는 22노트.시속 40㎞로 덩치를 감안하면 거의 총알 수준이다.
◆호텔 부럽지 않은 선내시설
'물 위의 풀'인 수영장이 크다.9층 야외 갑판의 어른ㆍ어린이용 수영장과 같은 층의 솔라리움 수영장으로 구성돼 있다.야외 수영장은 24시간 개장,뜨는 해를 보거나 별빛 아래의 수영을 즐길 수 있다.책 한 권 들고 선베드에 누워 선탠을 하는 맛도 괜찮다.바람이 선선할 때는 갑판의 자쿠지가 몸을 녹여준다.
인공 암벽장도 눈에 띈다.선미의 10층 갑판에 솟은 기둥 반대편이 암벽 등반용 벽이다.망망대해를 최고 속력으로 달리는 크루즈 위에서의 암벽등반은 담력 테스트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조깅트랙까지 있다.10층 갑판을 한바퀴 돈다.600m 코스로 정규 육상트랙의 1.5배다.피트니스센터는 고급스럽다.10층 선두의 피트니스센터는 전면이 유리로 돼 있다.러닝머신에 오르면 망망대해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지루할 틈이 없는 쇼! 쇼! 쇼!
다양한 쇼 프로그램을 자랑한다.서커스 마술 뮤지컬 댄스 등이 1시간가량 이어진다.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쇼를 하는 시간에 가서 빈 자리에 앉으면 된다.
클럽 파티 분위기도 낼 수 있다.선두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바이킹 크라운 라운지는 자정만 되면 우아한 라운지에서 요란한 클럽으로 변신한다.클럽 파티의 주제 중 최고 인기는 '파자마 파티'다.
웃고 즐기는 것 이상을 원한다면 교양,학습 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다.수공예,명화 감상,건강 상식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단연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어학 프로그램이다.승무원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어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카지노는 25센트로도 즐길 수 있다.블랙잭과 룰렛은 물론 25센트짜리 슬롯머신까지 있어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근사한 정찬과 새참
크루즈 레스토랑의 꽃은 역시 정찬 레스토랑이다.메인 식당인 에델바이스는 동시에 1200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저녁에는 오후 6시와 8시30분 2개 팀으로 나눠 식사를 제공한다.물론 아침과 점심 때도 문을 연다.
9층 선두의 뷔페 레스토랑은 하루 13시간 오픈한다.미국 선사인 만큼 군침 도는 햄버거 샌드위치 핫도그 등이 주 메뉴여서 젊은 사람들 입맛에 딱 맞다.아시아인의 입맛을 고려한 커리와 볶음밥 죽 등의 메뉴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