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세상의 질서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프로들의 눈에도 '보여야 볼까 말까하다'는 사물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프랑스의 앙리 브레송은 한 컷을 얻기 위해 '현장범을 체포하려는 사람처럼 긴장한 채 하루 종일 걸었다'고 고백한다.

'한 장의 사진미학'(진동선 지음,예담)은 34장의 국내외 작품에 나타난 시간과 공간,색과 조형,인생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깊이 있는 시선과 예리한 해석으로 직사각형 속의 매몰된 시간을 삶과 풍경이 흐르는 역사로 되살려 냈다.

'그때 거기' 있었지만 '지금 여기' 없는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신화의 속살을 보여주면서 리얼리티의 진정성을 획득하게 만든다.

'세상이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롱 테이크,롱 디스턴스의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망원 렌즈와 줌에 넓은 시야를 빼앗겨 버렸다.

주변보다는 중심,상황보다 대상을 강조하는 사진이 유행하면서 화면을 가득 채운 얕은 숨쉬기에 질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강재훈의 '들꽃 피는 학교'는 객관성을 확보하는 거리 두기를 시도함으로써 이러한 흐름을 극복하려 했다.'

카메라 안에서 시간이 어떻게 죽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박홍천의 '경포대',아름다운 에로티시즘을 갈구한 이미현의 '케리 시리즈',죽음을 경고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표현한 이성제의 '무제',뒷모습의 진실을 잡은 에두아르 부바의 '인도'도 눈길을 끈다.224쪽,1만8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