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 산업을 배워 중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쉬샤오단)

"중국에 한국의 미래에셋과 같은 증권회사를 세워 성공하는 게 목표입니다."(리위)

설 연휴를 앞둔 이달 초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인근 삼겹살집에서 만난 젊은 남녀 중국인들은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꿰뚫고 있었다.

주인공은 한국투자증권 신사업 추진부에서 근무 중인 쉬샤오단씨(여ㆍ29)와 미래에셋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리위씨(30).

두 사람 모두 한국으로 유학와 공부를 마친 뒤 지난해 취업한 새내기 직장인이다. 소주 잔이 몇 순배 돌자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왔다.

이들이 한국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힘든 증권회사에 입사하게 된 것은 중국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게 인연이 됐다.

쉬씨는 "고향인 옌타이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을 보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산둥성 루동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다가 자매 결연을 맺은 원광대에 2003년 교환학생으로 왔다. 유학 기간 중 한국경제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져 서울대 국제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평소 증권시장에 흥미가 많아 졸업과 동시에 한국투자증권에 들어갔다.

리씨도 교환학생으로 한양대에 왔으나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 법학을 전공,대학원까지 마쳤다. "법학을 공부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고,한국어도 크게 늘었다"고 말하는 리씨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직장 생활 2년차인 두사람은 '한국인'을 높이 평가했다. 리씨는 "회사 선배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까지 일하고 휴일에도 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리서치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한국은 덩치는 작아도 강한 경쟁력을 가진 '강소국'"이라면서 "최근 금융산업에서도 국제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펀드 등 신흥국 대상 투자상품 개발업무를 맡고 있는 쉬씨는 "대학에서 배운 것과 실제 회사 업무가 달라 적응하는데 힘이 들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한국 회사는 중국에 비해 직장 내 상하 위계 질서가 엄격해 입사 초기에 너무 놀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금융인 답게 두 사람은 한ㆍ중 경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중국경제 버블 붕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중국경제가 지난해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10% 선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자신했다. 쉬씨는 "베이징 올림픽 특수와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풍부한 자원 등을 배경으로 중국경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중국 경제 발전이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세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한국 경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낙관했다.

쉬씨는 "한국이 지정학적 이점을 잘 이용한다면 중국과 일본의 장점을 고루 흡수할 수 있다"며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차기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두 사람은 한국생활이 너무 좋아 당분간은 귀국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국 생활 6년째를 맞은 쉬씨는 '온돌' 예찬론자가 됐다.

온돌이야 말로 마음이 따뜻한 한국인들의 기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국문화'라는 게 그녀의 설명.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는 것을 가장 즐긴다.

한국에 온 지 8년이 된 리씨는 인생의 동반자도 한국에서 얻었다. 대학 친구의 소개로 만난 한국인과 지난해 결혼에 골인해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대부분의 시간은 아내와 보냅니다. 한국은 소비시장이 중국보다 발달돼 갈 곳이 너무 많아요."

리씨는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양국 간 공동 발전을 지향한다면 과거와 역사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협력해 '윈윈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상호 간에 오픈 마인드를 가지는 게 중요해요.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사회 각 계층 간 교류의 기회를 제공해 상대국의 문화와 풍습을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들은 최근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무단 철수나 역사 문제 등으로 양국 간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해 안타깝다며 관계 개선을 위한 제언도 내놓았다. 한국을 사랑하는 두 젊은이가 한ㆍ중 경제 협력의 가교 역할을 맡아 활약해주길 기대해 본다.

최인한 기자/양보혜 인턴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