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중 상당수가 배고프지 않게 먹어도 운동만 열심히 하면 혈당조절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또 충분히 먹어도 당지수(GIㆍGlycemic Index)가 낮은 음식이라면 아무런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절대 섭취열량을 줄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혈당을 덜 올려주는 식단을 꾸미더라도 총열량이 높으면 당뇨병은 개선될 수 없다.

보통 직장인들이 저녁 회식 자리에서 삼겹살 2인분,소주 1병,된장찌개에 밥 한 그릇 먹었다면 이것만으로 열량이 3000㎉나 된다.

2차로 마른 안주에 생맥주 1000㏄까지 마시면 3500㎉를 넘게 된다.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 2000㎉ 안팎임을 고려하면 회식은 당뇨병을 재촉하는 장본인인 셈이다.

한 시간 내내 느린 속도로 달려봐야 겨우 400㎉밖에 소모되지 않는 만큼 이는 과한 식단이다.

당뇨병 환자의 또다른 자기합리화는 음식을 줄여먹어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양껏 먹고 충분히 운동하자는 생각이다.

스트레스가 혈당과 혈중 유리지방산을 높여 인슐린저항성(인슐린의 효용성이 떨어져 쓸데없이 과잉분비되나 혈당은 여전히 높게 유지됨)과 고지혈증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규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생활로 인한 갈등 충격 불안감 등으로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경우로 국한해서 봐야 한다.

식욕을 억눌러 생기는 스트레스를 이에 견주긴 어렵다.

스트레스가 당뇨병 발생의 요인이란 점은 분명하나 이미 발생한 당뇨병에서 혈당 조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한 상태다.

최근 GI가 낮은 음식은 많이 먹어도 괜찮다는 식사요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GI는 음식을 먹은 후 2시간 동안의 혈당변화를 지수화한 것.

포도당 50g을 먹었을 때의 혈당 상승을 100으로 잡고 각 음식에 들어있는 동일한 양의 당질(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혈당 상승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GI가 높다는 것은 쉽게 말해 빨리 소화돼 혈당이 급속하게 오르고 식후 혈당의 피크도 높게 형성됨을 의미한다.식후에 혈당이 급작스럽게 상승하면 인슐린 분비량의 증가가 반복되면서 점차 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지고 같은 정도의 혈당치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인슐린이 필요하게 된다.따라서 당뇨예방이나 환자의 혈당관리를 위해서는 GI가 낮을수록 좋다.

그러나 GI는 활용가치가 높지만 허점도 있다.첫째는 음식마다 통상적인 1회 섭취분량이 다르므로 단순비교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당근은 GI가 90이상인 데 반해 카스테라는 의외로 낮아 70이다.당질 50g을 먹으려면 당근은 3개나 먹어야 하지만 카스테라는 두쪽만 먹어도 된다.

둘째는 음식재료 손질 및 조리법,같이 먹는 음식의 종류,음식별 소화능력에 대한 개인차에 따라 GI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셋째는 초코바 견과류 식용유 등 일부 저GI식품은 당질이 적고 지방이 많이 함유돼 비만과 고지혈증 심혈관계질환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GI식품 위주의 식단은 단조로워 식품마다 함유하고 있는 고유의 영양소나 생리활성물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이 같은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게 GL(혈당부하지수ㆍGlycemic Load)이다.

GL은 해당 식품의 GI에 해당 식품의 통상적 1회 섭취량에 들어있는 당질의 양을 곱한 다음 100으로 나눈 것이다.

예컨대 사과는 GI 40,1회 섭취량 15g으로 GL은 6이다.감자는 GI 90,1회 섭취량 20g으로 GL은 18이다.감자의 GL이 사과의 3배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식후 혈당 상승속도와 최고치도 높아짐을 의미한다.

GI가 높더라도 GL이 낮은 식품이라면 혈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따라서 GI와 GL을 고려한 식단이 당뇨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GI이면서 저GL인 식품은 지방 함량이나 열량이 높은 게 많다.GL이 혈당관리엔 다소 의미가 있지만 비만해소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이 때문이다.

별의별 당뇨관리법이 있지만 금과옥조는 이것이다.총 섭취열량을 1200∼1800㎉로 유지하고 이중 지방섭취량을 총열량의 25%로 제한하며 1주에 150분 가량 운동해 체중을 7% 감량했을 때 당뇨병의 발생위험이 58% 감소될 수 있다.

박철영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