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에 이어 최근 흑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해외이주 러시에 가세하며 두뇌유출 적신호가 켜졌다.현지 경제지 비즈니스데이는 14일 영국에 정착한 흑인 간호사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흑인들이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남아공 엑소더스'에 합류하고 나선 데는 불안한 국내 치안 상황과 전력 부족 등 취약한 인프라가 가장 큰 이유다.게다가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실망감도 이를 부추겼다.

런던의 첼시-웨스트민스터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HIV(에이즈 유발 바이러스) 전문 간호사 샤로테 마호메는 "돈을 벌기 위해 잠시 영국에 왔지만 살아보니 이곳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도 범죄는 발생하지만 남아공보다 훨씬 통제가 잘 된다"며 "언제 남아공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흑인들의 남아공 이탈로 해외이주 알선업체들을 찾는 고객 중 흑인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존 감바라나 트랜스-글로벌 마이그레이션 사장은 "현재 이주 상담을 위해 케이프타운 사무소를 찾는 고객 중 절반이 흑인"이라며 "1997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고객의 100%가 백인이었다"고 그간의 변화를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흑인 기술 인력에 관한 현황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남아공 인종관계연구소가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이후 해외로 유출된 20∼39세의 백인 고급 인력은 79만6000명으로 추정됐으나 흑인의 경우 관련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다.

마르코 맥팔레인 인종관계연구소장은 "흑인의 경우 백인보다 인구 집단이 훨씬 크기 때문에 흑인 전문 인력 유출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계속되는 전문 인력 유출은 남아공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남아공 현지 은행인 퍼스트 내셔널 뱅크의 세스 브루게만스는 "기술을 보유한 개인 3만명이 해외로 이탈할 때마다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이 1%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