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없어지면 돈 떼일라…" 외상값 받으러 찾아오기도

새 정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업무보고 준비로 바쁜 과천 경제부처 사무관들이 야근을 하면서도 '특근매식비' 혜택을 받지 못해 울상이다.

부처별로 직제 개편이 임박하면서 과천 청사 인근 식당들이 외상 계좌를 동결(?)해서다.과천 식당가에서는 지금껏 과(課) 단위로 장부를 만들어 저녁 식사 내역을 기록했다가 한 달에 한 번씩 과 서무가 특근매식비를 타 정산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직제 개편으로 어느 과가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자칫 '부도(?)'를 염려한 식당 주인들이 외상 주기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별도의 업무추진비 카드가 없는 사무관급 이하 공무원들은 구내식당이 문을 닫는 오후 8시 이후 밥을 먹으면 꼼짝없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사무관들에 따르면 15일 현재까지 과천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S중국음식점 W두루치기전문점 B청국장집 등이 과 단위 외상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산업자원부 단골인 J생선구이집 K삼계탕집 등도 외상 계좌를 동결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경부의 한 사무관은 "식당 주인에게 '우리 과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아무리 얘기해도,돌아오는 반응은 '인수위에서 최종 결론난 거냐'고 되묻는다"며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조직 개편이 공무원뿐 아니라 온 국민 사이에서 '핫 이슈'가 되면서 식당 외상 거래에까지 불똥이 튄 셈"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사무관도 "우리 과가 없어진다는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 10년도 넘게 거래한 단골 식당에서 외상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이들 식당과 외상 거래를 터놓은 것은 민간 기업과 다른 예산 집행 방식 때문이다.

보통 민간 기업은 직원 개인카드로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회사 업무상 필요한 식사였음을 소명하면 나중에 이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에서 나가는 특근 매식비는 매달 품의를 올려 승인을 얻은 뒤 반드시 과 서무만 갖고 있는 '정부 구매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일부 국.과가 교육부와 합쳐질 예정인 과학기술부 등 과천 청사를 뜰 것으로 예상되는 부처들은 사정이 더 딱하다.

외상 거래 동결은 물론이거니와 식당 주인들이 미수금(?) 조기 회수를 위해 과 서무에게 독촉 전화를 걸거나 아예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과기부 관계자는 "단골 식당에서마저 괄시하는데 '헤쳐 모여' 식으로 흩어지는 우리 부 직원들이 앞으로 어떤 처지에 놓일지 상상이 간다"며 씁쓸해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