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날 브리핑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전말은 이렇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당시 기념식수를 한 뒤 설치하려다 무산된 표지석에 대해 14일 "당초 양 정상의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을 준비해 갔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식수행사에 나오지 않아 남측으로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당시 우리측은 북측과 협의를 거쳐 250㎏짜리 대형 표지석을 싣고 갔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15일 아침 공개된 당시 표지석 사진에는 김 국방위원장의 이름은 없었고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으로만 표기돼 있었다.

이 표지석 문안은 지난해 대선 직전인 12월17일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방북해 설치한 70㎏짜리 표지석 문안과 똑같은 것이었다.

자연스레 북측이 1차 표지석의 크기를 문제삼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청와대가 이를 덮으려 허위브리핑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비록 김 국방위원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참석했고 표지석에 '정상회담 기념'이라는 문구도 없었던 만큼 이왕 가져간 표지석을 설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번째 표지석은 처음 가져간 것에 비해 크기만 작아졌을 뿐 달라진 게 없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허위 브리핑이 드러난 15일 "북측과 표지석 설치 합의가 김 국방위원장의 참석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표지석도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일단 가져왔다"고 말을 바꿨다.

잘못된 브리핑을 한 경위에 대해서는 사실확인 과정의 착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전날의 잘못된 브리핑에 따른 기사가 나간 이후에도 청와대 어느 부서에서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지 않았다.국정원도 애초 브리핑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입을 닫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사실이 아닌 것을 알려드려서 죄송하다"면서도 "거짓말은 아니었다"는 황당한 말만 늘어놓고 있다.그렇다면 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해온 '시스템'은 도대체 언제나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이제 임기는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