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사업만도 못한 국내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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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계속되고 있는 '해외 여행 붐'과 2004년 개통된 KTX가 국적 항공사들의 매출 구조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해외 여행객 증가로 기내 면세품 판매 등 부대 수입이 크게 늘어난 반면 KTX 개통 여파로 국내선 매출은 줄고 있는 것.이에 따라 처음으로 '부업'이 '본업'을 능가하는 '매출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훨훨 나는' 면세품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기타 부대사업' 매출은 약 6952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선 매출(5855억원)을 1100억원가량 앞질렀다.기타 부대 사업이란 기내 면세품 판매,외국 항공사 발권.정비 대행 등 항공 운송사업 부문에서 여객 및 화물 운송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일컫는다.기타 부대 사업이 국내선 매출을 앞서기는 작년이 처음이다.
'매출 역전'의 주역은 다름아닌 기내 면세품이다.해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액체류에 대한 기내 반입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던 고객의 상당수가 면세품 구입처를 기내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3년 600억원에도 못 미쳤던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점 판매액은 지난해 17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아시아나항공 역시 2005년 626억원에서 지난해 8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3년 연간 기준으로 2조7655억원(매출 비중 45%) 수준이던 국제선 매출이 지난해에는 4조6316억원(53%)으로 확대된 만큼 기내 면세품 판매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애물단지가 된 국내선
기내 면세품 판매가 '날개'를 단 것과 달리 국내선 사업은 2004년 KTX 개통 이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KTX가 국내선 항공 수요를 잠식하면서 2003년 32만7820편이던 국내선 운항 편수는 지난해 26만2547편으로 20%가량 줄었다.지난해 대한항공이 김포~대구 노선을 없애고 제주항공이 김포~양양 노선을 포기하는 등 감편뿐만 아니라 노선 폐지도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국내선 매출은 2003년 7046억원(매출 비중 11%)에서 지난해 5854억원(6.6%)으로 17%가량 줄었다.2006년까지 보유했던 국제선 여객(매출 비중 51.3%)과 화물 운송(29.3%)에 이은 '넘버 3' 타이틀마저 기타 부대 사업에 내 줄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문제는 잇단 감편과 노선 폐지에도 불구하고 국내선 사업이 여전히 적자라는 점이다.업계 관계자는 "국내선의 경우 탑승률이 70%는 돼야 적자를 간신히 면하는데 지난해 김포에서 출발하는 11개 국내 노선 중 제주.울산.김해행(行) 등을 제외한 7개가 이 기준에 못 미쳤다"며 "추가 감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방공항 활성화'를 외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 탓에 추가적인 노선 폐지나 감편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선은 항공사 입장에서 띄울수록 손해만 보는 '애물단지'가 됐지만 쉽게 줄일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