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는 직장인 황모(32.여)씨는 최근 한 자동차보험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도 아니었다.

전화는 `2006년도에 있었던 자동차 접촉사고와 관련해 교통비가 지급되지 않은 게 있어 입금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황씨는 2006년 5월 운전 중 접촉사고를 당했는데 가해자 측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추가로 주겠다'며 전화한 것이었다.

황씨는 "받기는 받았는데, 2년이나 지난 것을 왜 이제 와서, 또 내가 먼저 연락한 것도 아닌데 보험사에서 알아서 주겠다고 하는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줘야할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자동차보험사들이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을 돌려주고 있다.

비자금 의혹의 대상이 된 `간접손해 보험금' 가운데 지금껏 지급하지 않은 사례를 찾아내 돌려주는 것이다.

간접손해 보험금은 차량 수리비, 치료비 외에 교통사고로 생긴 2차 피해를 보상해주는 돈이지만,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잘 챙겨주지 않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006년 5월 손보사들에 공문을 내려보내 `앞으로 간접손해 보험금을 잘 지급하고 공문을 받은 시점부터 3년 전까지 소급해 지급되지 않은 것을 정산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손보사들은 과거 미지급분을 소급해 지급하는 등 보험금 되돌려주기에 나섰지만 황씨 사례처럼 2년 가까이 되도록 지급되지 않은 사례가 여전한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가 사회 이슈화하면서 H손보사 등 일부 보험사들은 지점에 공문을 내려보내 소급 지급 캠페인에 나섰다.

또 나머지 보험사들도 아직까지 100%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 계속 소급 지급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황씨에게 보험금을 돌려준 K보험사는 "그동안 미지급된 간접손해 보험금을 계속 정산해서 돌려줘왔고 이번 조치도 그 일환"이라며 "뒤늦게 돌려주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손보사들이 그간 소액의 미지급 보험금 등을 돌려주는 데 소홀했다가 최근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 사안에 대해 재조사에 나서고 여기서 보험금 미지급 실태가 다시 적발되면 사장까지 문책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가 횡행하면서 미지급 보험금 지급을 사기의 한 종류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 애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