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에 불안한 움직임이 지속되는 속에서도 회복을 위한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어 주목된다.

그 중 하나가 단기 부동자금이 늘고 있는 점이다.머니마켓펀드(MMF) 등에 유입된 단기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또 대기성이 짙은 단기 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도 올 들어 4조원이 넘는다.

단기로 자금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다.

이 때문에 장·단기 수익률 곡선을 보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낮은 정상적인 형태를 되찾아가고 있다.이론적으로 '단저장고'의 수익률 곡선은 앞으로 주가와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최근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주가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앞으로 단기 부동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선 재산 증식 수단별로 현 가격 수준과 기대수익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우선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보면 미국 등 선진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중국 등 개도국은 긴축정책으로 인해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국내 부동산시장만이 나홀로 상승하기는 어렵다.설령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최근처럼 투자원금 규모가 커지고 세금 등으로 각종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선 기초자산보다 이를 유동화시킨 부동산 관련 간접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시점이다.

다음으로 단기 부동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곳은 기업의 설비투자 등을 통한 실물 부문이다.하지만 이쪽으로 물꼬가 트이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기는 이제 막 침체가 시작됐다. 과거 11차례에 걸친 침체 기간은 평균 10개월이다. 국내 경기도 이명박 정부가 기업을 중시한다 하더라도 수익을 겨냥한 대기성이 짙은 단기 부동자금까지 유입될 정도로 출범 이후 곧바로 그것도 급격히 좋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유,금 등 상품시장도 단기 부동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통로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추가 투자하기엔 위험이 너무 높아졌다. 가격 부담이 느껴질 정도로 오른 데다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여건도 뒤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예술품과 골동품시장은 위작 사건 등으로 기초자산과 거래체계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반면 증시는 실물경기에 3~6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기가 올 10월까지 침체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이르면 올 2분기나 하반기 들어서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격 면에서도 다른 투자수단은 오히려 오른 데 비해 주가는 충분히 조정돼 갈수록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또 서브프라임 부실 과정에서 함께 조정된 부동산에 비해 조정폭이 큰 데다 순환관계를 보더라도 주가가 부동산 가격에 10개월 정도 선행한다.

따라서 임박해지고 있는 주가 회복이 앞으로 'V'자형을 띨 것인지 아니면 'U'자형을 띨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해 보인다.건전한 투자문화 정착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U'자형의 점진적인 회복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분명히 지금은 가격이 많이 떨어진 종목을 중심으로 사놓으면 바라는 재산 증식을 가장 빨리 달성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