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화가들의 작품을 국내에 들여다 파는 중국미술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장 샤오강,웨민쥔,팡리쥔,왕광이 등 인기 작가 작품은 '큰손'컬렉터들의 사재기로 품귀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왕커쥐,린 티엔루,관용,왕치펑,런사오칭,인쥔,인코 등 중견ㆍ신진 작가들까지 무려 20~30명의 작품전이 상반기에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인기 작가들의 가격이 최근 2~3년 사이에 최고 20배나 폭등하면서 일부 지명도가 떨어지는 작가 작품값까지 덩달아 상승하는 등 '거품'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베이징올림픽 특수에 이어 2010년 9월 상하이국제미술제까지는 시장이 좋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으나 작품값이 지나치게 오른 데다 최근 중국 경제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밀려오는 중국 미술=아시아현대미술 연구회와 이엠아트가 주관하는 '중국 현대미술 세대'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뿌리'로 인정받는 우관중을 비롯해 하오준,팝아트 작가 쿠슈에밍,수채화 작가 하오화 등 10여명의 작품 47점을 내걸었다.

갤러리 현대는 '1세대 작가' 탕즈강의 개인전(20일~3월16일)을 연다.

탕즈강은 1976년부터 군대생활과 동시에 해방군미술학교에서 정치성 예술가로서 활동해 온 작가.

중국시장에서 그의 100호 크기 '중국동화'시리즈 수작의 경우 작품값은 3억~4억원에 이른다.

아트사이드는 다음 달 차세대 작가 런사오칭 개인전을 시작으로 펑정지예(5월) 마오쉬휘(9월) 짜오렁쯔(11월) 개인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표갤러리의 린 티엔루 개인전과 왕커쥐 초대전,어반아트의 인쥔-인쿤 형제전,장은선갤러리의 왕치펑 개인전,갤러리A스토리의 리 슈리에 개인전,갤러리LVS의 미야오 샤오춘 개인전,학고재화랑의 린치 초대전 등이 이어진다.

◆작품 가격 급등=텐안먼사태를 소재로 한 웨민준의 유화 '처형'이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달러(약 55억원)에 낙찰됐고 지난해 9월 뉴욕 소더비경매에서는 장샤오강의 작품이 306만5000달러(28억원)에 팔려 나갔다.

장샤오강의 비슷한 크기의 작품이 2005년 10월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서 10만달러(9500만원)를 넘어선 이후 2년여 만에 무려 28배나 오른 셈이다.

또 쩡판즈의 100호크기 인물화는 3년 전 2만달러였지만 최근엔 10만~20만달러를 줘도 구하기 힘들다.

이 같은 국제시장에서의 가격 급등은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인기 작가 뿐만 아니라 지명도가 낮은 작가 작품값도 덩달아 올려놨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펑정지예를 비롯해 인코타먼,루샤오팡,리우웨이,양미엔,왕칭쑹,쟈우키,잔왕,지다춘 루하오,루호 형제 등의 작품(100호크기)이 지난 한 해 동안 20~50% 정도 오른 점당 2000만~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만해도 점당 500만~600만원 정도였던 짱펑의 작품값은 올 들어 1000만원으로 올랐다.

◆불안한 전망=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 현대미술의 인기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중국 현대미술이 미학적 측면보다 화교권 사업가의 자본 논리에 의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과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 한국 미술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동국대 교수)도 "국내 컬렉터들이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면서 가격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며 "중국 예술품 시장에는 투기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 장기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라고 비관론을 폈다.

반면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은 "중국 내에서 부유층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세계적 컬렉터들이 지속적으로 중국 작가 작품을 구입하고 있어 중국 미술시장의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